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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파일] 요즘 관객은 모두 비평가?

입력
1999.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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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파일] 요즘 관객은 모두 비평가?

1999/01/21(목) 18:40

영화를 좋아하는 어느 여대생의 하소연.

『한국에서 편안한 영화보기가 사라졌다. 우리 관객들은 모두 영화학자나 비평가다.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를 선택해 감정의 흐름을 따라 즐기기 보다는, 미쟝센과 내러티브, 프로이드와 라캉의 이론부터 들먹인다. 수준이 낮아도 일단 예술영화로 포장되면 졸려도 온갖 미사여구를 들먹이며 「최고」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무식한 관객이 된다』

어느 젊은 감독의 얘기.

『컬트, 아트 아니면 특별한 장르 이름이 있어야 그럴듯한 영화다. 슬래셔 무비, 스너프 무비, 블랙 엑스플로이테이션…. 모두 미국에서 갖다 붙인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런 이름이 없는 영화는 싸구려나 오락영화처럼 치부된다. 그러다 보니 한국영화까지 뉴제너레이션 무비니, 미스터리 메디컬 드라마니 하는 식의 이름을 만든다』

한 영화학과 교수(평론가)의 분석.

『같은 영화라도 의미와 재미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독자적인 의견을 내기보다는 외국의 판단을 맹신한다. 허위의식으로 시작해 이제는 강박관념이 됐다. 모두 잘못가고 있다. 수입사의 과장광고에서 홍보사의 선정주의, 감독들의 칸영화제 지상주의, 사회적 관점을 상실하고 몽환에 빠진 일부 마니아들에게 영합하는 매체. 거기에 휩쓸리는 관객들. 문화적 사대주의의 병이 깊다』

마니아(Mania). 특정한 분야에 미친(狂)사람들이다. 그들은 폐쇄적이지 않다. 정보를 모아 객관적으로 분석해 전문성을 획득한다. 된장 마니아는 모든 종류, 지역의 된장을 비교 분석해 가장 좋은 것을 찾아낸다.

그러나 우리의 영화 마니아문화는 전문성은 없이 외국의 시각을 그대로 수용한다. 미국서 열광했다고 「스크림」을 최고의 호러라고 떠벌린다.

97년 6월 일본 고베(神戶)서 초등학생을 토막 살해한 14세 중학생이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와 비슷한 「자,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사람을 죽이는게 유쾌하다」는 메모를 남겨 모방범죄 논란을 일으킨 이 영화의 반사회적 역할에는 관심도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시했던 「약속」의 흥행을 이해할 수 없다고만 하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록키 호러 픽쳐쇼」「킹덤」의 심야상영관으로 달려간다.

마이나는 마이너(소수)다. 컬트는 특이한 현상이기 때문에, 소수의 무의식을 흔드는 매력 때문에 존재한다. 이들을 문화의 주류인양 과대포장하는 것은 마니아가 아니라 상업주의일 뿐이다. /이대현기자

【사진설명】 「록키 호러 픽처쇼」의 심야상영 이벤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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