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한보.기아 비자금' 다시 핫이슈
1999/01/21(목) 17:51
국회 IMF환란조사특위는 21일 한보와 제일은행, 기아그룹과 산업은행의 기관보고를 받고 두 기업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정치권 유입 및 금융기관의 특혜대출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의원들은 이날 한보 및 기아사태가 IMF체제로 가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질타하면서, 비정상적인 대출특혜 과정과 전정권의 연계성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질의에 나선 김영환(金榮煥·국민회의)의원이 당시 관리를 맡았던 안건회계법인의 보고서를 근거로 한보 비자금의 규모를 밝히자 순식간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의원은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7,332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찰수사를 통해 사용처가 규명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민련 김칠환(金七煥)의원도 『한보철강이 만든 비자금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조성됐고 어디에 사용했는가』라고 거들자 한보철강 손근석(孫根碩)공동관리인은 『사용처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노무비 과다계상 등을 통해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안다』라고 실체를 인정,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더구나 최근 국민회의 고위관계자가 『검찰이 한보수사 때 정회장의 비자금에 대해 공개하지 않은 민감한 부분과 관련, 증인심문 때 이에대한 공개여부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미 밝혀진 금액외에 또다른 거액이 전정권으로 유입된 증거들이 입수되고 있어 때가 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한보비자금 등의 정치권 유입여부가 청문회장 안팎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건개(李健介·자민련)의원은 『한보철강 대출이 저리의 정부보조금적 성격을 띤 것은 정부압력에 의한 특혜가 아니냐』고 추궁했고, 이윤수(李允洙·국민회의)의원은 『정회장이 92년 대선직전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후보에게 600억∼1,000억원의 대선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등 「비자금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기아사태와 관련, 김칠환의원은 『기아의 부도유예 협약이 적용되는 97년 7월을 전후로 기아에서 제기한 「삼성음모론」이 사태의 해결을 지연시키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며 음모론의 진위 여부를 따졌다. 추미애(秋美愛·국민회의)의원은 『기아채권단은 한은특융을 받기 위해 정부 눈치보기에 바빴고 정부측도 이를 무기로 채권단의 의사결정을 배후 조종한 의혹이 있다』면서 『제일은행은 정부의 입김에 좌우돼 기아사태 처리를 지연시킨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균(丁世均·국민회의)의원도 『산업은행은 한보그룹에 대한 막대한 금융지원의 시초가 된 외화대출을 특인으로 승인해주고 부도발생 보름전까지 협조융자를 해준 일이 독자적으로 가능한가』라며 정치권 외압설을 제기했다. /염영남기자 ynyeom@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