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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Classic] 세 여성감독의 세가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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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Classic] 세 여성감독의 세가지 맛

입력
1999.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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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Classic] 세 여성감독의 세가지 맛

1999/01/21(목) 18:51

홍콩의 장완팅(張婉 女+亭), 독일의 카차 폰 가르니에, 미국의 노라 에프런. 여성감독들이지만 모양과 색깔은 제 각각이다. 애틋하고 가슴저린 사랑, 다이나믹한 페미니즘, 재치 넘치는 로맨틱 코미디. 그들의 작품이 한국에서 만난다.

홍콩 멜로영화는 어떻게 해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안다. 섬세한 감정만으로는 안된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구도. 관객의 감정이입을 조절하는 리듬.

애틋함을 더해 주는 음악의 선택. 여기에 홍콩이란 독특한 현실까지 살짝 겻들이면, 상투적 사랑이나 불륜도 어느새 아름답고 아련한 추억이나 수채화가 된다.

70년대 중반 서로 사랑하는 홍콩대학생 항생(리밍)과 연루(서기)가 있었다. 현실은 둘을 갈라놓았고, 20년후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그러나 97년의 첫날 , 둘은 못다한 사랑을 나누지도 못한채 런던에서 교통사고로 죽는다.

항생의 아들 데이빗과 연루의 딸 수지가 그들이 잠시 살았던 집에서 사랑의 흔적들을 하나 둘 발견한다. 기숙사에서 첫 만남, 캠퍼스에서의 즐거운 시간, 항생이 시위로 구속되면서 맞게 되는 긴 이별, 애틋한 재회가 리밍이 부르는 「Try To Remember」를 타고 흐른다. 『사랑은 하나 뿐』이라고 한다.

장미가 시들지 말라고 물에 타는 아스피린, 손금에 「연루」란 이름을 깨알같이 적어놓은 항생의 손조각. 어느 하나 의미없는 물건이 없다. 영화는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되는 날, 홍교란 같은 중국이름을 가진 데이빗과 수지가 사랑을 시작한다. 마치 그들의 애절한 사랑을 이어가야 할 운명인 것처럼.

홍콩대와 뉴욕대에서 공부한 뉴웨이브의 청순가련형 감독에게 영화는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담는 그릇. 작은 떨림과 아픔도 놓치지 않는다. 섬세한 연출은 홍콩금장상의 「가을날의 동화」(87년)「송가황조」(96년)를 낳았다. 『「유리의 성」에는 나의 대학시절 추억이 담겨 있다』

4명의 여죄수 엠마(카차 리만) 루나(야스민 타바타바이) 엔젤(니콜레트 크레비츠) 마리(유타 호프만). 그들은 돌진한다.

리들리 스콧이 만들어낸 여전사 델마와 루이스처럼 여성을 희롱하고 차별하는 세상,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제도와 인간들을 비웃는다. 교도소에서 그들은 록그룹을 조직하면서 「밴디트」란 이름을 붙였다. 자유 열정 반항 순수를 꿈꾸는 악당들(Bandits).

구속을 상징하는 푸른색의 교도소를 탈출한 그들은 자유와 열정으로 붉게 물든 거리를 질주한다. 자신들의 탈옥을 당당히 언론에 알리고, 거리에서 즉흥연주를 하면서 서로의 우정은 깊어지고, 그들의 음악은 젊은이들을 열광시킨다.

그러나 「무릎꿇기 보다는 서서 죽는다」는 식의 적개심 가득한 페니미즘 은 언제나 극단적이다. 그들을 추격하는 경찰과 탈출 직전의 옥상에서의 절규같은 연주, 그리고 「델마와 루이스」같은 결말. 그것이 짜임새와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30일 개봉.

뮌헨영화학교를 나온 신예. 94년 데뷔작 「메이킹 업」으로 독일학생아카데미상, 「밴디트」로 독일국립영화제 신인상을 받아 차세대 감독으로 떠올랐다. 극단적 색의 충돌과 역동적 이미지 조합으로 엮어내는 MTV적 영상은 신세대적 독일 표현주의. 그 지향점은 젊음과 자유다.

노라 에프런감독은 『믿음을 잃어가는 현대사회에 동화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대천사 마이클(존 트래볼타)을 불렀다. 환상을 현실에 끌어와서라도 3류 잡지 기자 퀸랜(윌리엄 허트)과 가짜 천사전문가 도로시(앤디 맥도웰)의 사랑을 맺어주려 한다. 등에 날개는 달렸지만 지저분하고 반나체로 설탕을 좋아하고 줄담배를 피우는 천사.

웃음은 우리의 상상을 뒤엎는 마이클의 모습과 행동에서 나오고, 감동은 사는게 시들한 남자와 세번이나 사랑에 실패한 여자에게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그의 아름다운 마음에서 온다.

마이클이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떠났다 다시 나타나 둘을 결합시켜 주는 구성으로 기쁨을 크게 하고, 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이름에서 천사 마이클의 존재를 떠올리는 세심한 계산까지 했다. 그러나 존 트래볼타의 능청스런 연기도 약한 얼개를 모두 가리지는 못한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89년)에서 「유브 갓 메일」(98년)까지. 달콤하고, 웃음 넘치고, 사랑의 향기가 가득하다. 뉴욕포스트 기자, 잡지 편집장을 거쳐 시나리오작가가 됐고 92년「행복찾기」부터 감독 겸업을 선언. 연출실력도 만만찮다. /이대현기자 leedh@hankookilbo.co.kr

【사진설명】장완팅 감독(위), 카차 폰 가르니에 감독(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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