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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은 이르다

입력
1999.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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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은 이르다

1999/01/20(수) 17:07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영국의 피치IBCA가 투자부적격(BB+)이던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과 산업은행의 외화채권 신용등급을 투자적격(BBB-)으로 상향조정한 것은 IMF체제 탈출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았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것은 97년 12월 외환위기 직후 쓰레기(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진지 13개월만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가중 투자적격으로 회복된 나라는 우리가 처음이다. 이번 피치IBCA의 조정으로 다른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도 조만간 신용등급을 올릴 것으로 전망돼 외자유치와 경제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침내 극심한 불황의 긴 터널 끝이 보인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우리의 노력을 인정했다고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피치IBCA가 한국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발표하던 날 정부는 7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올해 실업대책을 확정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실업이 사상유례 없는 220만명선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민들에게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생활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좋지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중남미와 러시아등의 불안으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외국자본의 유입이 늘어나 달러가 넘치게 되면 원화 환율은 하락하고 이는 수출경쟁력 하락과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성 단기자금(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증시가 요동을 치면서 거품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또 이제는 위기가 끝났다는 도덕적·심리적 해이현상으로 이제부터가 시작인 개혁을 지연 또는 무산시킬 우려도 있다.

피치IBCA가 한국 신용등급을 높이면서 대외부문의 충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추진중인 구조개혁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을 유념해야 한다. 피치IBCA는 외형 위주의 성장을 거듭해 온 기업과 신용분석 없이 대출을 한 금융부문이 외환위기의 근원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완성되려면 2~3년이 걸린다고 예상했다. 투자적격으로 상승했지만 위험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등급이 한 단계밖에 올라가지 못했으며, 우리의 수준은 투자적격중 가장 낮은 것으로 크로아티아와 같은 급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실리를 취해야 한다. 외부의 칭찬에 들떠서 내실을 다지는데 실패하면 또다른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피치IBCA측도 『이번에 등급을 상향조정한 대상은 한국의 외환능력에 관한 것이며 한국기업의 신용도는 여전히 우려할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부와 기업의 적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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