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우려되는 마산집회
1999/01/20(수) 17:28
한나라당이 마침내 일요일인 24일 경남 마산에서 옥외 군중집회를 갖기로 결정했다. 행사 장소인 마산역 광장은 3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이 동원에 성공한다면 97년 대선에서 조차 볼 수 없던 대규모 집회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예사롭지 않은 집회규모를 준비중인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 『위험하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집회의 원래 명목은 안기부의 정치사찰 의혹규탄.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 범주를 넘어 『정부의 빅딜 난맥상 등 경제실정과 민생파탄도 함께 성토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야당의 장외집회를 탓하긴 어렵지만, 문제는 마산을 비롯한 PK(부산·경남)의 최근 기류에 있다. 삼성자동차, 한일합섬, LG반도체 등 이 곳을 근거지로 한 대기업의 연이은 퇴출과 빅딜조치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지역감정」이 엄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지 민심이 어떠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 경남출신 의원은 『같은 영남권이라도 PK의 분위기가 TK(대구·경북)보다 2배는 흉흉할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경제를 화두로 대여 불만기류에 불을 지핌으로써 공세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경제정책이나 민생문제가 이런 식의 「집단행동」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발상은 무책임하다. 더욱이 당직자들마저 인정하듯이, 현장에서 군중심리에 휩쓸린 청중의 「과격행위」 등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만약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의 몫이다. 원내 제1당의 정도(正道)가 무엇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집회의 기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은 마산집회의 성격과 내용을 재삼 따져봐야 한다.
/유성식 정치부기자 ssyo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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