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브라질사태의 교훈(윤석민)
1999/01/19(화) 17:38
현재 세계금융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브라질사태는 외환위기가 심화하던 97년말의 우리와 닮은 꼴이다. 신용의 위기가 고조되며 막대한 유동자금의 탈출 러시가 이어져 헤알화의 가치가 형편없이 하락했다. 달러가 바닥났다고 아우성치던 때가 생각난다. 위기의 단초는 개혁을 둘러싼 연방과 주정부간의 힘겨루기, 즉 정치적 고착상황이 제공했다. 아무도 책임지는 이가 없는 가운데 되는 일이 하나도 없던 김영삼(金泳三) 정권말의 행정공백기를 연상시킨다.
비교적 여유있는 외환보유액과 적은 정부부채로 「펀더멘털(경제기반)은 괜찮았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돌아가는 양상은 사뭇 다르다. 우선 브라질이 이미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등의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받은 바 있고 카르도수대통령이 재선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확고히 한 것이 차이점을 드러내게 하는 주요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차별적인 것은 미국의 대응방식이다. 한국사태 당시 「개혁의 깊이와 정도」를 놓고 여유를 보이며 따지던 미국이 브라질 위기에 직면해서는 화급을 다퉈 개입한 점이다. 물론 미국은 브라질에 대해서도 「개혁 이행」을 촉구했지만 카르도수정부에 대한 재신임을 통한 시장의 안정화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월가의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촌각을 다투던 국내적 상황에서도 개혁과 개방을 거부한 데 대한 「자본주의의 응징(punish)」이라고 방관하던 미 금융인들이 즉각 「브라질위기의 파장은 크지 않다」 「펀더멘털은 변한 것이 없다」는 등 애써 의미 축소에 나선 것이다. 심리적 안정을 통해 사태의 확산을 방지하자는 뜻이다.
왜 그럴까? 브라질과 우리의 경제규모가 각각 8~9위와 11위(위기이전)로 별 차이도 나지 않는데…. 곰곰 생각해도 이유는 딱 하나뿐이다. 맨날 우리를 우울하게 하던 지정학적 요인이다. 경제가 정치를 대체하는 신국제질서가 창출됐지만 변한 것은 없다. 결국 우리가 살아 남는 길은 강해지는 것뿐이다. yunsukm@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