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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흐지부지 '529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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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흐지부지 '529수사'

입력
1999.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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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흐지부지 '529수사'

1999/01/19(화) 17:57

국회 529호실 강제진입사건 수사가 결국 흐지부지됐다. 18일 법무부가 한나라당의원 10명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해제한 이후 서울지검 남부지청의 담당검사실은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검찰관계자는 19일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 11명과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에게 더 이상 출석요구서를 보낼 계획이 없다』고 밝혀 수사종결을 시사했다. 『혐의가 드러나는 의원은 전원 구속수사하겠다』던 당초 서슬과는 너무나 상반된 분위기다.

이같은 결말은 사실 처음부터 예견됐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정치력을 발휘, 사태를 매끄럽게 해결하려하는 대신 대뜸 고소를 통해 사법부에 판단을 떠 넘긴 정치권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정쟁(政爭)을 검찰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 한 행위 자체가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갖는 정치적 성격을 애써 외면한 채 형사범죄 사건으로만 접근한 검찰도 할 말은 없다. 말로는 걸핏하면 『검찰은 정치를 모른다』면서도 정치권, 특히 여권의 행보에 따라 수사 템포를 조절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 「프로그램이 입력된 로봇」처럼 행동했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검찰 스스로가 수사과정에서 자기모순을 저지르기도 했다. 단순고소사건이라면서도 검사를 대거 투입한 전담반을 구성했는가하면 사건의 한축을 「기밀탈취사건」으로 규정하고도 이 부분은 변변한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의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벽에 부딪치자 당직자 긴급체포에 나섰다가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결국 검찰 전체에 뼈아픈 아쉬움을 남긴 채 수사는 마무리됐다. 무책임한 정치권 분위기에 휩쓸려 줏대없이 흔들린 통에 검찰은 이번에도 국민의 신뢰만 잃었다.

이상연 사회부기자 kubric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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