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99 감독 김의석.. `북경반점'서 나만의 맛 만든다
1999/01/18(월) 19:14
『영화를 포기할까. 이민을 가버릴까』 생각했다. 97년 봄 「홀리데이 인 서울」의 참패는 김의석(42)감독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 쉽게 아물지가 않았다. 자괴감만 커갔다. 애초부터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 91년 데뷔작 「결혼이야기」가 던진 신세대의 모럴과 가치관. 젊은이들의 화제가 됐고, 생활 속에 자리 잡았으며, 한국영화의 흐름을 주도했다.
「홀리데이 인 서울」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도시 젊은이의 소외문제를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영화는 젊은이들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그들의 감각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문제였다. 상업성을 위해 유행처럼 번진 홍콩 왕자웨이어법에 편승했고, 결과는 초라하고 부끄러운 모방작이 됐다.『정말 잘못 생각했다. 차라리 내 식으로 소박하게 표현했다면 설사 결과가 같아도 떳떳했을 것이다』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한심한가를 깨닫고 나서야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것들이 그에게 보였다. 인간관계 미덕 정성 믿음 등. 그것을 붙잡듯 「북경반점」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찾았던 새로운 유행이나 가치관보다 훨씬 소중한 작업처럼 느껴졌다. 『된장을 담가서 먹다 어느 날 사서 먹을 때 뭔가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우리에게 「북경반점」은 작은 것을 지키려는 인생의 가치를 이야기해 줄 것이다』
특별한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 신세대가 좋아할 감각적 영상도 없다. 인물과 주제 속으로 들어가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흔하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될 자장면처럼 그의 영화도 정통 드라마로 돌아온 셈이다. 불혹의 나이에 커다란 좌절을 겪으며 『왜 영화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수천번도 더 했다는 김의석감독. 그 대답은 『나의 참모습을 위해서』였다. 『지난 아픔과 반성, 지금의 선택도 모두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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