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제너럴'
1999/01/18(월) 19:12
한국 영화관객들이 맹신하는 두가지. 「할리우드 흥행작은 우리에게도 재미있다」「국제영화제 수상작은 무조건 좋은 영화다」. 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영화는 『역시 명작, 최고의 감독』이 된다. 외국의 영화평론가들이나 언론의 턱없는 찬사도 그대로 받아들인다. 상을 타지 않았으면 대뜸 『평범하다. 조금 잘 만들었다』라고 했을 작품까지.
「제너럴」(23일 개봉)도 그렇다. 이 영화로 영국출신 존 부어맨(66) 감독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BBC다큐멘터리 부장 출신인 부어맨은 66년 갱스터무비「포인트 블랭크」로 데뷔해 실존인물이나 전설속의 주인공을 신비주의와 신화적 어법으로 그려내고 있는 독특한 감독. 「엑스칼리버」(81년)「에메랄드 포리스트」(85년) 등의 걸작을 남겼다. 반면 「엑소시스트2」같은 졸작도 있다. 칸영화제의 감독상은 때문에 작품보다는 그의 영화인생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란 인상이 짙다.
그렇다고 「제너럴」이 졸작이란 얘기는 아니다. 감독 특유의 조롱과 재치가 배어있다. 영화는 아일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도둑 마틴 카일(브렌던 글리슨)이 94년 IRA(아일랜드 공화군)요원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플래시 백으로 그의 일생을 빠르고 간결하게 훑어간다. 가난한 어린 시절부터 도둑의 대장으로 24시간 감시망을 비웃으며 보석과 국보급 그림까지 평생 8,000억원 어치나 훔친 마틴 카일. 영화는 그의 신출귀몰한 솜씨와 함께 기존의 질서와 가치를 조롱하는 그의 기행(奇行)에 초점을 맞춘다.
철거를 반대해 텐트까지 치고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 공무원 경찰 성직자를 「인민의 압제자」라고 욕하고, 그러면서 IRA와도 타협하지 않은 고집. 아내와 처제를 동시에 거느리고 살며, 도둑질로 돈이 넘치면서도 태연하게 실업수당을 받으러 가는 그는 분명 신화적이고 영웅적이다. 그러나 영화의 매력을 부각시켜 주는 것은 연출보다는 배우 브렌던 글리슨의 천연덕스런 연기다. 칸영화제가 감독상을 남우주연상을 감독상으로 잘못 알고 주었다는 느낌이다.
흑백(코아 아트홀에서 상영)과 컬러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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