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JP의 방식
1999/01/18(월) 19:43
김종필 국무총리가 정치적으로 재기한 것은 88년 제13대 총선을 통해서였다. 5공이후 은둔상태였던 김총리는 직선제로 치러진 87년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했으나 다음해 총선에서 충청도를 기반으로 정치일선 복귀에 성공했다.
이 성공은 거세게 불었던 지역바람 때문에 가능했다. 선거직후 김총재는 『영호남이 하도 설쳐대니까 그럼 우리 충청도도 한번 해봐 하고 일어선 것』이라며 껄껄 웃었던 적이 있다.
■「영원한 2인자」라는 별칭은 김총리의 전유물이다. 박정희 정권때는 물론이고 노태우정권시절 3당합당 이후에도 그래왔다.
3당합당후 김영삼 당시 민자당대표가 노대통령과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일 때 『대통령과 함께 걸어도 나는 항상 뒤를 따라가며 그림자도 안 밟으려고 한다』라는 말로 YS의 전투적 행태를 비꼬기도 했다. YS를 그리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그렇다고 그 앞에서 노골적으로 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사석에서는 달랐다.
■새 정권에서 김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는」방식이 깍듯한 것도 JP적 스타일 그대로이다. 내각제문제를 두고 『몽니를 부릴 수도 있다』고 하는 그이지만 김대통령과의 관계로 관심이 미치는데 대해서는 『대통령이 한수 위』라는 수사(修辭)를 빼지 않는다.
김총리는 내각제에 대해 자신이 나서 직접화법을 구사하진 않을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며칠전 대전에서 열린 자민련의 신년교례회가 내각제 출정식의 요란한 기세를 올리는 것을 묵인했다.
■김총리의 정치스타일은 그가 처한 정치적 위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그에게는 몸에 밴 노련한 기법이 있다. 국회529호실 사건에 대한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내가 생각해도 화가 난다』고 야당을 대변한 유연한 답변들은 김총리만이 가능한 내용들이다.
청와대의 내각제연기론이 나오자 그는 침묵했다. 그러나 그는 부작위(不作爲)의 작위(作爲) 방식에 능한 정치인이다. 그가 사석에서는 뭐라 할지가 궁금하다. /조재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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