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변동환율제] "외자 탈출막자" 고육책
1999/01/18(월) 19:28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브라질 정부가 마침내 한 때 세계 경제의 모델로까지 평가받으며 현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꼽아왔던 「강력한 헤알화」정책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헤알화 평가절하조치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투자를 붙들어두기 위해서다. 아직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브라질 정부는 금명간 94년 이후 강력히 시행해 온 헤알화의 고정환율제를 폐지하고, 외환거래 변동폭을 시장 수급상황에 맡기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할 것이 확실하다.
브라질 정부가 「인플레 억제」에서 「외국투자 촉진」으로 정책방향을 급선회한 데는 여러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94년 7월, 당시 브라질은 연 3,000%에 달하는 살인적 인플레로 경제가 거의 붕괴된 상태였다. 헤알화 폭락으로 외채도 덩달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유일한 해결책은 강력한 통화정책이었다. 헤알화를 달러가치에 고정시키면서 인플레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4년만인 지난 해 브라질의 물가는 고작 2%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망국적 인플레 타파」라는 달콤함을 선사했던 「강력한 헤알화」는 올해 벽두 야누스의 두 얼굴을 드러내며 브라질 경제를 다시 한번 파탄 속에 몰아넣었다. 그간의 통화정책으로 실제 시세보다 과평가된 헤알화에 대한 불안감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지난주초 주식폭락사태를 빚으면서 급기야 헤알화 평가절하조치까지 발표됐지만, 떠나는 투자자들의 발길은 더욱 길게 이어졌다.
5년 전의 강력한 헤알정책이 그랬듯, 자유변동환율제는 급한대로 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약효를 발휘할 것이다. 외국투자 유출속도를 늦추고, 수출가격 경쟁력을 올릴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국내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그러나 인플레 악몽과 외채급증이라는 94년의 악몽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 금융계는 브라질의 자유변동환율제 도입에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 시장도 다시 주가가 오르는등 이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브라질 경제가 궁극적으로 건전성을 회복할 것인가 판단하기에는 아직 너무 많은 변수들이 널려 있다. /황유석기자 hwang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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