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의‘내각제공방'안된다
1999/01/18(월) 16:52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공동정권이 합의한 내각제 개헌 시기를 연기할 것을 제기하고 나섰다. 공동정권내부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아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총리 두 사람이 논의를 통해 해결해 가는 것으로 잠정합의가 있는 가운데 청와대의 공개적 입장이 표명된 것이다. 관계자의 발언내용들은 국민회의의 평소 논리와 유사한 것이지만 청와대의 공식의지가 실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그의 발언은 일단 지난주 자민련의 대전집회가 내각제를 직설적으로 거론한데 대한 반응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이른 시일내에 가닥이 잡혀야만 할 금년 최대의 정치현안이고 보면 두 집권세력의 힘겨루기 내지는 여론몰이가 본격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준다.
개헌에 관한 논의가 정권내부의 파워게임 양상을 띤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대로 방치해서도 안된다. 지금 내각제 약속 이행 여부를 두고 두 여당사이에 오가는 논쟁은 사실상 이 문제의 공론화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양측은 서로 다른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려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지금과 같이 당의 외곽집회나 대통령비서관의 익명발언으로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각제개헌은 공동정권 당사자들간의 정치적 약속이자, 선거 때 제시된 대국민 공약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헌정체제의 변경에 관한 것인 만큼 국민의 의사와 이해가 무엇보다도 우선시 돼야 한다. 두 여당은 내각제논의가 정권내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문제라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두 집권세력은 국가적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이 문제를 국민 앞에서 현명하게 처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경제위기 극복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내각제개헌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국민회의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상당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권이 담보된 정치신의를 깨버리게 되는 것도 간단치 않다. 내각제 약속은 지키기도, 깨기도 어려운 이율배반 때문에 난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대통령과 김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하루속히 결론을 내 주는 것이 소망스럽다. 이 논란이 자칫 정권내의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정쟁으로 번지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외곽을 맴도는 뒷전 논의보다는 차라리 두 여당이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논의방식을 모색해 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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