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피해경험] 학생 4명중 한명
1999/01/17(일) 16:51
학교안의 집단따돌림(속칭 왕따)현상이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개발원 박경숙(朴慶淑·52·여)박사팀이 최근 전국 57개 초·중·고교생 6,893명과 교사 573명, 학부모 5,485명을 대상으로 조사, 17일 발표한 「학생의 왕따 현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4명 가운데 한명꼴로 집단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
피해 경험을 털어놓은 학생이 전체의 24.2%(1,668명)에 달했다. 그러나 자신이 왕따인 사실을 모르는 학생이 17.4%나 돼 실제 피해학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가 가장 심한 집단은 중학생(26.9%)이었고 이어 초등학생(25.1%), 고교생(21.3%)순이며, 남학생(28.2%)이 여학생(20.3%)보다 심했다. 지역별로는 읍면(29.6%) 중소도시(24.0%) 서울(23.8%) 광역시(23.2%)순이다.
왕따방식은 무시하거나 같이 놀지않는다(73.6%) 욕하고 놀리며 망신을 준다(43.8%) 시비를 건다(37.4%) 다른 사람과 못놀게 한다(32.4%)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킨다(19.8%) 돈이나 물건을 빼앗거나 감춘다(19.8%) 때리거나 힘겨루기를 한다(13.1%) 등이다.
왕따현상은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2~3년에 걸쳐 진행된다. 많은 경우 학년이 바뀌거나 전학 또는 졸업을 해야만 비로소 해소되며 이 과정에서 피해학생들은 정신질환을 얻게될 수 있다.
◆원인
심신장애가 있거나 지적능력, 체격·체력이 떨어지는 학생중에 피해자가 많다. 외형적으로 평범한 학생들이라도 튀는 행동(잘난척, 예쁜척, 착한척, 돈많은척, 공부 잘하는척, 짱인척)을 하거나(65.6%), 남을 무시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50.6%)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학생들은 힘이 세거나 약거나 인기가 있거나, 성격적으로 짖궂은 경우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들은 주로 장난이나(43.6%) 힘을 과시하기 위해(25.8%) 왕따를 하며, 따돌림 받지 않거나(21.9%) 따돌림에 대한 보복(14.7%)이라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지도대책
교사가 자신의 반에 왕따가 없다고 낙관하거나(80.5%) 왕따를 당하는 학생도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왕따현상의 원인이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언동과 지나친 경쟁분위기, 일방적인 가치관 강요 등에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를 가장 먼저 구제해야 하지만 가해자에게도 성급하게 나쁜 딱지를 붙여서는 곤란하다.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와 인간관계, 특히 평소교육에서 학생들의 표현력과 주체성을 길러줘야 한다. 모든 교직원이 왕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이충재기자 ch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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