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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법률상인

입력
1999.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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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법률상인

1999/01/17(일) 17:53

부장판사 한사람이 퇴직후 변호사사무소를 차렸다. 문을 열자마자 사건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부분 자신이 몸담았던 법원의 일반직원들이 보낸 것이었는데 99%가 형사사건이었다. 고용변호사 두사람은 구치소를 돌며 의뢰인을 접견해 기록을 만들고, 자신은 담당판사실을 돌며 잘 봐달라고 부탁하기에 하루가 너무 짧았다. 건당 수임료는 최하 3,000만원. 사건을 보내준 법원직원은 출근길에 꼬박 꼬박 30%의 소개료를 받아 갔다.

■신기하게도 구속적부심이건 보석이건 원하는 대로 척척 결과가 나왔다. 사건 잘하는 변호사라는 소문이 났다. 그런 호황은 6개월동안 지속됐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거짓말처럼 사건이 뚝 끊어졌다. 알고보니 같은 법원에 근무하던 부장판사가 개업을 했는데, 직원들이 그에게 사건을 몰아주기 시작한 것이다. 전관예우라는 법조계의 관행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 얘기는 배금자변호사가 쓴 「이의 있습니다」에 나오는 사례다.

■지난해 서울 5개법원에 접수된 형사합의부 사건 수임 상위 20위 변호사중 75%가 퇴직 3년 미만의 판검사 출신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원지방 형사사건 수임 「베스트 5」도 97,98년 퇴임한 부장판사 부장검사급 전관출신이었다. 이들은 이 기간중 수원지법 전체 형사사건(3,673건)의 4분의 1 가까운 841건을 수임했다. 배금자변호사 책이 과장이 아니며, 법조비리가 의정부와 대전만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주는 통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정에 약해 공사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같이 일하던 동료나 선배변호사 부탁을 받은 판검사들이 좀 무리하게 구속자를 풀어주어도 인정이나 의리로 통한다. 그래서 브로커들은 되도록 최근에 법복을 벗은 변호사를 찾게 마련이다. 부정한 돈이 사건의 재량권을 남용하고, 전관예우를 기대하는 풍토 때문에 「법률상인」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머리좋은 사람들이 돈에 눈이 먼 세상에는 내일이 없다. /문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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