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LIFE] `내가 최고인 아이들'이 는다
1999/01/17(일) 18:40
회사원인 김모씨는 신년 휴일때 가족들과 편을 갈라 윷놀이를 하다가 화를 내고 말았다. 초등학교 5학년인 맏이가 자기편이 이길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고집하는데 질렸기 때문이다. 서울 상월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인 이상호씨는 지난해 가을 전교체육대회에 달리기선수로 나갈 학생을 찾았더니 40명이 모두 손을 들었다. 달리기시합으로 선발하기로 했지만 8명은 끝까지 자기가 더 잘 뛴다고 우겨서 아침에 시작한 달리기를 점심까지 굶고 계속해야 했다. 서울 독립문초등학교 강성오교감은 지난 해 수학시험을 본 뒤 학부모의 방문을 받았다. 『아이가 문제가 이상해서 시험을 못 봤다고 하더라』는 말에 교과서와 시험문제를 일일이 대조, 확인해 준 강씨는 학부모가 돌아간 뒤 「100점을 못 받아서 그런가」하고 성적을 확인했더니 고작 20점이었다.
요즘 승복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을 하다가도 지면 판을 뒤집고 시험에서 틀린 답을 정답이라고 우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때문에 1주일에 한번씩 반장을 돌아가며 시키는 초등학교도 많다. 모두 반장을 하겠다고 나서는데다 선거로 뽑은 반장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강씨는 『왕따현상도 승복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풀이할 정도이다. 『저마다 「자기가 최고」라는 생각때문에 자기에게 없는 장점을 가진 다른 사람을 인정치 않는데서 왕따는 시작된다』고 강씨는 지적한다.
강씨는 이런 현상을 자기 아이를 무조건 최고로 키우려는 부모의 양육방식에 일차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학교공부뿐 아니라 미술 글짓기 운동등 모든방면에서 최고가 되기만을 강요하고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가르치지 않는다. 반면 한국교육개발원 이인효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모든 집필고사가 없어지고 성적에 따른 서열화를 없어져 성적 때문에 주눅들어 있던 아이들이 자기 주장을 펴게 된 것』이라고 긍정적인 면을 보기도 한다. 『다만 객관적인 승부는 인정하고 자기만이 옳다는 자세는 고치도록 일깨워야 한다』고 이씨는 지적한다.
아이들의 억지를 오히려 자신감부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음샘소아청소년클리닉 김은혜원장은 『부모로부터 잘하기만을 요구받는 아이들은 자신감부족을 오히려 공격적인 태도로 표출한다. 게임이나 공부에서 지면 부모의 사랑을 잃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김씨는 『지는 방법을 가르쳐주려면 이기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모가 게임을 하면서 자녀를 계속 이기게 해주면 「게임은 게임」일 뿐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고 졌을 때 상처도 덜 받게 된다』고 일러준다. 강씨는 『모든 것을 승부로 생각하고 1등 아니면 나머지는 모두 패배자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풍토 자체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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