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의 '사부곡'
1999/01/16(토) 20:29
1,000만 이산가족들에게 분단(分斷) 반세기는 단장(斷腸)의 50년이다. 인간의 수명을 대충 70~80으로 본다면 헤어진 가족들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 이산 1세대는 이제 천수를 다 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헤어진 가족과의 재회를 그리며 눈을 감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 이겠는가. 50년전에 헤어진 부모형제,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등 그리운 혈육과의 재회를 아직도 못한채 생사를 애타게 수소문하는 나라가 우리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이산가족들의 생이별의 아픔은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작가 이문열씨의 애끓는 사부곡(思父曲)은 지금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씨가 6·25당시 월북한 아버지 원철씨(84)씨로 부터 지난달 두번째로 편지를 받은 사실이 지난 13일자 한국일보 1면에 특종보도된 이후 부터다. 이씨는 이제 공개적으로 남북한 당국에 아버지와의 재회를 선처해 주도록 호소하고 나섰다. 공식적인 「아버지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이씨는 아버지 편지에 대해 아버지와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답신을 마련했다. 김국방위원장에게 띄운 편지는 『…49년전 서른여섯의 한 젊은 가장이 만삭의 아내와 어린 4남매, 그리고 늙은 어머니를 남겨두고 북쪽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젊은이는 여든 넷의 고령이 되어 자신이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이가 먹은 남쪽의 아들에게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만나게 해 주십시오』로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 원철씨에게 보낸 답신은 『오랫동안 제게 추상(抽象)이던 아버님이 현실의 존재로 환원되는 그 순간이 어떨 것인지… 만나는 그 날까지 부디 옥체만안 하십시오』로 끝을 맺고 있다.
남북한 당국은 이씨의 「망부(望父)의 한(恨)」이 조속한 시일내에 해결되도록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이씨와 같은 처지의 이산가족들 모두가 하루속히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재회할 수 있도록 지체없이 이 문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남북한은 금강산관광의 실현을 통해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는 남북한 상호신뢰의 굳건한 토대는 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이라고 믿고 있다. 돈으로 천륜과 인륜을 파는 행위라는 비판속에 북한의 일부단체가 외화벌이 차원에서 상봉을 주선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만큼은 남북한당국이 나서야 한다. 북한이 우리에게 백마디 말보다 한가지 행동으로 보일게 있다면 그게 바로 이산가족문제 해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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