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쇼크] 헤알화 평가절하의 파장과 전망
1999/01/16(토) 15:55
브라질 정부가 15일 헤알화 가치의 「자유 낙하」를 용인함으로써 브라질 금융위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브라질 정부가 헤알화의 환율변동 제한폭을 없앤 이유는 더이상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쏟아붓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실물경제를 반영하지 못하고 고평가돼 있는 헤알화의 가치를 시장의 결정에 맡김으로써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작년 8월 이후 400억달러 이상, 올들어서만 50억달러의 외화가 빠져나가고 있는 외화탈출 현상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15일 상파울루 주식시장이 폭등한 것은 의같은 의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브라질 금융위기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헤알화의 가치가 계속 추락한다면 거꾸로 외화유출이 불가피하고 외화유입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
헤알화 가치의 하락이 예상될 경우 헤알화의 환율변동 위험을 감안하지 않고 외화부채를 갖다 쓴 기업과 은행들은 뒤늦게나마 외화부채에 대한 헤지(위험분산)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은 수출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 예치한다. 수입대금은 미리 지불한다. 은행들도 헤지수단으로 달러화를 장래 일정 환율로 매입할 수 있는 선물환을 사들인다. 이 경우 선물환율과 현물환율간의 차이가 커져 결국 헤알화 가치는 더 떨어진다.
헤알화 가치의 추락은 또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이는 이자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기업들은 헤알화 가치하락에 따른 외화부채의 상환부담과 고금리의 이중고를 겪게 된다. 기업의 도산사태가 잇따를 경우 은행의 부실채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이들 은행의 신용등급을 낮추면 외화조달은 더욱 어려워진다.
97년 7월 2일 태국 정부가 바트화의 페그제를 포기했을 때 바트화는 15% 폭락했지만 방콕 주식시장은 폭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폭등은 정확히 「3일 천하」에 그쳤다. 브라질 금융위기는 어쩌면 이제 시작단계인지도 모른다. /박정태기자 jt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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