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수재가 망치는 사회
1999/01/16(토) 17:46
변호사와 의사가 파티에서 만났다. 대화중인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참석자가 끼여들어 의사에게 자신의 건강과 관련하여 꼬치꼬치 귀찮게 물었다. 기분을 잡친 의사는 『당신은 저런 얌체족을 만나면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변호사에게 묻자, 변호사는 『청구서를 보냅니다』고 대답했다. 변호사의 충고가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튿날 출근한 의사는 기가 막혔다. 책상위에 『어젯밤 상담료 100달러』라는 변호사의 청구서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실제 이야기는 아니고 변호사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나온 농담이다. 그렇지만 이 농담은 미국변호사들의 장사꾼 속성을 잘 말해주는 「진실」이다. 변호사 없이는 죽을 수 조차 없는 곳, 그래서 소송으로 나라가 망한다느니, 미국 인구 2억5,000만명이 변호사 70만명을 먹여 살리느라고 고생한다는 등의 말을 한다. 이같은 변호사 사회도 자체 윤리강령실천은 엄격하기 이를데 없고, 그래서 공평무사하기가 칼날같은 미국의 판검사들이 배출된다.
■이종기 변호사의 대전지역 형사사건 싹쓸이 사건으로 우리 나라 법조계가 또 한번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의정부에서 이순호 변호사의 싹쓸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 불과 1년전이다. 대전의 이변호사는 부장검사, 의정부의 이변호사는 판사출신이다. 검찰간부거나 판사였던 이들의 행동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아래 변호사 검사 판사가 뒤얽혀있는 비리의 커넥션 실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변호사와 판검사들은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집단이다. 국가는 그들의 명석한 머리로 사회정의를 위해 일해달라고 세금으로 연수를 시키고, 보통시민의 눈으로는 「특권증명서」나 마찬가지인 변호사자격증을 준다. 법조계가 맑고 새로운 질서의 창조자가 되지는 못할망정 공평한 상식사회를 유지하는데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슬픈 얼굴이다. 검찰수사가 법조계의 병을 고치는 약이 될 것인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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