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KBS다큐 방영중단 소동
1999/01/15(금) 18:09
KBS가 이미 1편을 내보낸 3부작 다큐멘터리「암은 정복될 수 있는가」(제작 제이프로)의 방송을 14일부터 중단했다.
1편이 방송된 뒤 대한의사협회가 「비과학적」이라며 방송중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익단체의 요구로 방송이 중단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KBS는 『협회의 요구가 타당해 결정했다』지만 이번 소동은 방송사 자체심의체제의 허술함과 거대방송사의 중소프로덕션에 대한 하대관행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외주프로그램은 방송사 편성실과 심의실등에서 2~3차례의 시사회를 갖고 작품의 질, 방송적합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암은…」도 세차례의 시사회를 거친 검증된 프로그램이었다. 나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심의체제에 하자가 있다는 고백이다.
외주제작물이라는 점은 방송중단을 쉽게 결정한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KBS의 기자나 PD가 직접 만들었다면 큰 저항이 있었을 것이다. 외부단체에 의해 편성권이 훼손된 경우인데 노동조합등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KBS 노조는 미온적이다. 노조의 관계자는 15일 『공정방송추진협의회 소집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요청한 날로부터 4일 후에나 열린다. 방송사와 독립프로덕션의 불공정한 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프로덕션의 작품은 방송사 편성권 독립의 차원에서도 보호받기 힘들다는 서글픈 현실을 읽을 수 있다.
KBS는 『수정·보완후 방송하겠다』고 했지만 불투명하다. 제작사인 제이프로는 이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1억6,000만원을 썼다. 그러나 계약상 방송이 안될 경우 방송사로부터 제작비를 못 받는다. 1편은 이미 방송됐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에 팔 수도 없다. 장기적으로 외주제작 비율을 늘리고 프로덕션의 활성화를 통해 방송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의 영상산업진흥안이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권오현기자 ko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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