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월드] 성폭행 사실 성명 발표
1999/01/15(금) 16:47
『성폭행 당한 여성들은 사생활이 공개되더라도 범죄자를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것만이 성폭행이 우리 생활에서 흔한 일로 용인되는 것을 막고 사건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도됐던 이스라엘 출신의 98년 미스월드 리노 아바길(19)은 14일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상황을 「당당히」공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패션모델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전도가 양양한 아바길이 일반인도 힘든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기까지는 참으로 고뇌가 컸다. 하지만 그에게는 인기보다는 같은 처지의 여성들에게 성폭행을 신고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도 침착함과 끈기, 재치를 보여줬다. 그가 성폭행을 당한 것은 인도양 세이셸공화국에서 열린 미스월드 대회가 있기 두 달전인 98년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모델 오디션을 받고 이스라엘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기표를 구하러 한 여행사를 찾았다. 여행사 사장인 우리 슬로보 누르(43)은 항공권이 동났다며 로마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아바길을 그의 승용차에 태웠다. 밀라노를 벗어나자 그는 차 속에서 칼로 위협하며 폭행했다.
아바길은 곧바로 이탈리아 경찰에 신고했으나 누르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누르가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이집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귀국 즉시 이스라엘 경찰에 신고했다. 누르는 9일 이스라엘에 입국하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미스월드 선발 직후 이탈리아 언론의 추적에 의해 아바길의 성폭행 사건은 외부에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의 여성인권단체들은 그의 사실 공개를 용감한 행위라고 찬양하고 『여성들은 결코 범죄에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배국남기자 knba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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