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누각] 해태보라매 주상건물 대참사 조짐
1999/01/14(목) 18:35
서울 보라매공원 인근 해태보라매 주상복합건물에 하루 평균 1,350여톤의 오·폐수가 유입되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이 건물은 두개 구청의 경계선에 위치, 구청들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 대책을 외면해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96년8월 완공돼 308개 상가, 256세대 1,000여명의 주민이 입주한 지상23층 지하6층에 연면적 4만6,000㎥의 이 건물은 지난해 7월 호우로 지하 6층이 완전 침수된뒤 유입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하루 평균 1,350여톤이 유입돼 펌프로 이를 퍼내느라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같은 오수 유입량은 신축 당시 60여톤보다 20배나 크게 늘어난 것으로 인근 초대형 빌딩 12채의 총 지하수발생량의 2배가 넘는 것이다.
빌딩관리사무소측은 지하6층 집수정에 20마력짜리 펌프 2,3대를 하루종일 가동하지만 토사와 함께 쉴새없이 들어오는 물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빌딩 주변 도로 곳곳에 금이 가거나 지반침하 조짐이, 지하6층 변전실과 기계실 등에는 누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가동 펌프중 하나라도 정지돼 변전실 등이 침수될 경우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안전진단전문회사인 필안전진단㈜은 최근 200여곳에 균열이 진행중인 이 빌딩 지하층에 대해 사용제한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D등급」판정을 내렸다.
주민 김모(37)씨는 『지은지 2년여 밖에 되지 않은 고층건물에 시간당 수십톤의 물이 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빌딩에서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냐』고 분개했다. 또다른 주민은 『지난해 침수사고로 전기·수도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큰 고생을 했다』며 『설계·시공·감리·관리감독 전분야에 걸쳐 부정이 개입된 부실공사가 분명하므로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고 흥분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떨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관할 동작구와 관악구는 서로 책임 전가만 하고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이 빌딩은 행정구역상으로 관악구 봉천동과 동작구 신대방동의 중간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관악구청이 건물에 대한 관리감독권이 있기 때문에 1차적 책임은 관악구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주변 도로를 파헤쳐 확인한 결과 하수관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관악구청은 『유입수의 대부분이 악취를 풍기는 생활오수』라며 『이는 주변 우·오수관 등 토목공사를 맡은 동작구청의 과실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원회 회장 김석규(金錫奎)씨는 『좋지 않은 소문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며 『관할행정기관과 관련자들이 성실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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