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쇼크의 파장
1999/01/14(목) 19:26
지난해부터 힘겹게 안정을 유지해오던 국제금융 시장이 다시 난기류에 휘말리고 있다. 지방정부의 지불유예 선언으로 촉발된 브라질 사태가 중앙은행총재의 교체와 헤알화 평가절하로 발전하자 13일 유럽 남미 뉴욕등 세계증시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국내에서도 14일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오르는가 하면 국제시장에 내놓은 외평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등 브라질 쇼크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가능성까지 제기돼 세계경제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8위의 경제력을 가진 중남미의 경제중심국이다. 또 미국 입장에서는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국인데다 가장 돈을 많이 빌려준 나라이기도 하다. 브라질이 위기에 빠질 경우 그 파문은 중남미 전체로 번질 뿐 아니라 거품증시로 위태 위태한 미국경제를 강타, 세계의 성장엔진을 멈추게 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현단계에서 이번 사태가 국제적인 금융공황으로 번질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 사태의 발단이 된 미나스 제라이스 주정부의 지불유예 선언은 다분히 연방정부와의 대립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정치적 성격이 짙다. 브라질은 외환부족 및 재정적자 누적으로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뒤 비교적 순탄하게 경제개혁을 추진해 왔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IMF프로그램에 따른 고금리와 재정긴축으로 실물경제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외환위기로 번질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위기확산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질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이른바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이며,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국내 기업들이 투자와 교역을 늘려온 전략거점이라는 점에서 사태가 악화할 경우 적지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이번 브라질 사태는 우리 경제가 처한 취약한 현실을 새삼 상기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생산과 소비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이제 위기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외부의 돌발변수로 인해 위기가 재연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대외개방으로 우리 경제는 세계의 작은 움직임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동조화(同調化)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만큼 외부충격에 기민하면서도 적절하게 대처하는 일이 한층 중요해졌다. 민간기업들이 최악의 경영상황을 가상해 이에 대비하는 리스크경영을 하듯이 정부도 무수한 국제경제의 돌발변수를 꼼꼼히 챙기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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