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신의 아그네스' 신화는 반복될까
1999/01/14(목) 18:40
그들이 온다. 신화를 되살리기 위해. 83년 「신의 아그네스」_찬란한 신화를 만든 원년멤버 윤소정 이정희 윤석화씨가 다시 뭉쳤다. 2월12~19일 문예회관 대극장에 16년 전과 같은 역 닥터 리빙스턴(윤소정) 원장수녀(이정희) 아그네스(윤석화)로 서는 것이다. 윤소정씨는 『우리가 같은 역할로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공연계획은 두 윤씨 사이에서 지난해 말 농담처럼 시작됐다. 이정희씨는 10년 전 이민간 캐나다에서 달려왔다. 『석화가 전화하더니 무조건 며칠 비행기를 타라는 거예요. 기가 막혀서. 하지만 어떻게 안 올 수 있겠어요?』 모두들 「정말 우리가 다시?」하는 감격의 표정이다.
이번엔 윤석화씨가 제작과 연출까지 맡았다. 윤소정씨가 『너만큼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권유했다. 83년 미국 브로드웨이서 무턱대고 극장무대 뒤에 들어가 대본을 얻어온 것이 바로 윤석화씨. 그것은 「스타윤석화」의 탄생을 결정지은 순간이었다. 유학가 있다가 보름 예정으로 귀국한 윤씨는 10개월동안 밀려드는 관객 속에서 긴 여름방학을 맞았다. 꼭 300회. 지방공연까지 1년이 넘는 대장정. 두 달치 예약, 84년 백상예술대상 연기상(3명 공동)과 대상 수상, 신문 사설보도 등 숱한 화제가 함께 했다.
『언니 그거 기억나?』하며 시작한 초연 당시의 뒷이야기는 끝이 없다. 공연이 장기화하면서 기관지염이 후두염으로 발전한 윤석화씨는 고(故) 김동훈 실험극장대표를 의사 앞에 모시고 갔다. 『공연을 그만하라』는 의사에게 김대표를 직접 설득하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대표, 『이 공연은 이제 연극계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일입니다. 윤석화씨가 공연을 계속하도록 도와 주십시오』. 의사는 『노력해 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또 몸이 아픈 윤석화씨가 1막이 끝난 뒤 의상을 모두 팽개치고 드러눕자 윤소정씨가 한 대 때리고 보듬어 무대에 세운 일, 정전이 되어 환불을 해줄까 촛불을 켜고 공연할까를 고민하던 일, 윤소정씨가 장이 뒤틀려 첫 장면에서 그대로 퇴장해 버린 일, 아파트 지하의 연습장을 밤마다 지켜본 윤소정씨의 딸 오지혜(당시 5세)씨가 대사를 줄줄 외운 일….
「신의 아그네스」는 스물한살의 수녀 아그네스가 아이를 탯줄로 목을 감아 죽인 사건을 미스터리형식으로 파헤친다. 방탕한 어머니 밑에서 비정상적으로 자란 아그네스, 신을 믿지 않는 정신과의사, 기적을 믿고 싶은 원장수녀 세 여자가 밀고 당기는 속에서 작가 존 필미어는 현대사회에서 기적, 신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연출을 맡은 윤석화씨는 높은 벽 하나만 세운 단순한 무대를 꾸민다. 공연을 채우는 건 세 사람의 기, 긴장감이라며. 월~토 오후4시 7시30분, 일 오후3·6시. (02)747_5932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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