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인맥 대해부] 3급이사 영남171명 호남122명
1999/01/13(수) 18:00
정권교체는 고위 공직자들의 출신지 분포를 바꿨다. 과거 정권에서 정부부처의 국장급 이상을 독식하다시피한 영남출신들이 줄어들고 호남출신들이 늘어난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출신고교 분포도 달라져 5, 6공때 고위직을 독점했던 경북고·부산고 출신, YS정권에서 실세그룹을 형성한 경복고·경남고 출신이 줄어들고 광주고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출신지역 및 출신고교별 고위 공직자의 분포가 달라진 사실을 놓고 여야, 지역별 시각은 천양지차다. 야당은 「지역편중인사」라고 비판하고 있고 여당은 「과거 정권의 편중 시정」이라는 반론을 펴고있다. 이 공방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바 있다.
국감 당시 한나라당 이해봉(李海鳳)의원은 장·차관, 1급 이상 공직자의 출신지별 현황을 분석, 『영남은 90명 39.5%에서 62명 27.4%로 줄고 호남은 26명 11.4%에서 55명 24.3%로 늘어났다』며 호남편중인사라고 비난했다. 이의원은 지역별 인구비가 영남 28.2%, 호남 11.7%를 감안하면 영남출신 고위직이 많은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행정자치부 자료를 인용, 『영남은 110명 41.2%에서 69명 28.9%로 줄었고 호남은 34명 12.7%에서 57명 23.8%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지역간 편차를 시정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국민회의는 지역별 인구편차에 대해서도 『경제개발이 본격화하기 전에 영·호남의 인구격차는 크지않았다』면서 『호남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타향으로 떠났기 때문에 실제 인구는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본보가 13일 취합, 분석한 국장급(3급) 이상 현황을 보면, 여전히 영남출신의 우세가 드러난다. 호남출신은 광주·전남 69명, 전북 53명으로 122명이나 영남출신은 대구·경북 97명, 부산·경남 74명으로 171명에 달하고 있다. 1급 이상에 비해 국장급 이상은 외부적으로 알려진만큼 인사편중의 경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출신고교 편중현상을 놓고도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현재 3급 이상 공직자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고교출신은 경기고다. 그 뒤를 이어 서울고 경북고 경복고 광주고 전주고 등이 나름대로 일정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특정고교의 편중현상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고교는 지연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있어 능력본위의 공직풍토에 최대 걸림돌』이라고 비난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않다. 『공부를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명문고에 가고 이들이 열심히 노력, 고위직에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특정고교 출신들이 「위에서 끌어주고, 밑에서 밀어주는」 관계를 은연중에 맺고 배타적 영역을 형성한다는데 있다. 실제 5, 6공 시절 『경북고출신은 전화 한 통으로 민원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고, YS정권 시절에는 『경남고 출신이면 만사 형통』이라는 냉소가 퍼졌듯이 특정고교의 위세는 대단했다. 지금은 『광주고출신이 약진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여야 모두에게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인사편중을 문제삼고 있지만, 과거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 지역편중, 특정고교 중심의 인사배치를 했다는 점에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현 정부도 특정고교 출신의 약진 현상에 지연과 정실의 개입혐의로부터 마냥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영성·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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