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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대입논술 문제] 중앙대(인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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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대입논술 문제] 중앙대(인문계)

입력
1999.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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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대입논술 문제] 중앙대(인문계)

1999/01/12(화) 17:52

[문제] 아래 글에 나타난 갈등의 본질을 분석하고 주인공의 결정이 지니는 의의를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들과 연결지어 논술하라.

두 놈이 정신없이 다투고 있는 틈을 타서 나는 급히 그 장소를 피해 걸음아 날살리라고 사슴처럼 강둑 길을 내달렸다.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당분간 놈들은 나와 짐을 만날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숨이 차서 못 견딜 지경이었지만 기쁨으로 가슴이 뿌듯해져 뗏목에 이르기가 무섭게 큰 소리로, 『뗏목을 풀어 짐 이젠 문제없어!』하고 외쳤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었고 윅앰(아메리카 인디언의 텐트 오막집)으로부터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짐이 간곳이 없다! 나는 불러보았다. 다시 한번 불러보았다. 그다음 또 한번 불러 보았다. 그리고는 숲 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불러보기도 하고 또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보기도 했지만 역시 헛수고였다. 그리운 짐은 간 곳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풀썩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앉아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얼마 후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려고 한길로 나갔다. 가다가 이 쪽으로 걸어오는 사내아이를 만났다. 이러이러한복장을 한 낯선 검둥이를 본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아이 대답이, 『만났어.』 하는 것이 아닌가.

『어디쯤에서?』『여기에서 2마일 하류의 사이리스 펠프스 아저씨 집에서. 그 놈은 도망친 검둥이로 사람들이 붙잡은거야. 넌 그 검둥일 찾는 중이야?』『찾고 있는게 다 뭐야! 난 한 시간인가 두 시간 전에 그 놈과 숲에서 만났는데 그놈은 만일 내가 소릴 지르면 배창자를 갈라놓겠다고 공갈을 치는게 아냐. 그리고 또 가만히 누워서 꼼짝 말라고 했기 때문에 그대로 했지. 나오는 게 다 뭐야. 무서워서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뭐. 꼼짝도 못하고.』『응, 그래? 이젠 무서워할 건 없어. 붙잡혔으니까. 남부 어디서 도망쳐 왔대.』『붙잡아서 큰 돈벌일 했군.』『그럼. 내말이 옳아! 200달러의 상금이 붙어 있으니까 말이지. 길에 떨어져 있는 돈을 줍는 것과 마찬가지야.』『그렇구말구. 나두 어른이었더라면 그 돈을 탈 수 있었을 걸 그랬군. 그 놈을 제일 먼저 본 건 나니까. 누가 붙잡았지?』『어떤 낯선 노인이었어. 그런데 자기 권리를 40달러에 팔아 버렸대. 강을 올라가야 해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 좀 생각해 보란 말이야! 나라면 기다릴테야, 비록 7년 동안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괜찮아.』『나두. 한데 그렇게 싸게 파는 걸 보니 그 이상의 가치가 없어서 그랬을지도 몰라. 다른 내막이 있는게 아냐?』『그건 그렇지 않아. 틀림없어. 내 두 눈으로 삐라를 봤거든. 그 검둥이에 관한것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더군. 그림을 보듯이 인상이 쓰여 있던데 그래. 그리고 그가 도망쳐 온 뉴올리언즈의 농장에 관한 얘기도 써 있고. 정말 이것은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정말 그래. 이봐, 너 씹는 담배 있으면 조금만 줘.』 나에게는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그 애는 가버렸다. 나는 뗏목으로 돌아와 윅앰속에 들어가 앉아 생각해 보았지만 암만해도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머리가 아파질 때가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이 난국을 해결할 방법이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았다. 여기까지 긴 여행을 해왔고, 그 악한들을 그렇게까지 섬겨왔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갔고,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으니 그것은 놈들이 겨우 더러운 그 40달러 때문에 짐을 이렇게까지 속였고 일생을 낯선 사람들사이에서 노예로 살아가게 만들 수 있을 만큼 무정한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짐이 어차피 노예로 살아야 한다면 짐의 가족이 있는 고향에서 노예 노릇을 하는 편이 짐에게도 천배나 좋을 테니까. 톰소여에게 편지를 내어 왓슨 아주머니에게 짐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라고 써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가지 이유에서 이 생각은 곧 단념했다.

즉 왓슨 아주머니는 자기 곁을 떠난 짐의 괘씸한 심사와 배은망덕에 화가 난 나머지 짐을 같은 하류 지방에다 또 다시 팔아 버릴지도 모를 일이고, 비록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배은망덕한 검둥이를 의당 경멸하여 늘 짐에게 그 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짐은 사시사철 자기가 천하고 수치스런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또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허클 핀이 검둥일 자유의 몸으로 하는데 조력을 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질테지. 만일 그 마을에서 누구라도 만나는 날엔 난부끄러워서 얼굴도 쳐들지 못하게 될게 아닌가.

그 까닭은 이렇기 때문이다. 사람은 천한 행위를 한다. 그리고 그 보복을 받기를 싫어한다. 남들이 그 행위를 모르는 한은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천한 행위를 한다. 그리고 그 보복을 받기를 싫어한다. 남들이 그 행위를 모르는 한은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괴로운 입장도 바로 이것이었다. 이일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나를 괴롭히고, 점점 내가 나쁘고, 천하며, 지긋지긋한 놈으로 생각되었다. 갑자기 그때 다음과 같은 생각이 언뜻 내 머리에 떠 올랐다. 이것은 분명히 신의 섭리의 손길이 내 얼굴을 때린 것이며, 나에게 아무 해도 끼친 일이 없는 불쌍한 노파로부터 검둥이를 내가 훔쳐 내고 있는 동안 신이 나의 악행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와같은 철없는 행동에 대해서 늘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앞으로는 안된다고 하는 신이 있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무서웠던지 그 자리에 그만 풀썩 주저앉고 싶은 지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원래 그렇게 못되게 자라나서 그럴 수밖에 없으니, 거기까지 탓할 건 없지 않느냐고 타일러 얼마간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구하려고 했지만 내 가슴 속에서 무언지 모를 존재가 계속 이렇게 책망하는 것이었다.

『주일 학교라는게 있었잖아? 너는 갈 생각만 있었다면 능히 갈 수 있었을 거다.

갔었다면 그 검둥이에게 해준 것 같은 짓을 하면 영원한 불 속에 던져질 것이라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자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기도를 올려, 이제까지와 같은 애가 아니라 좀 더 좋은 애가 될 수 있을른지 나 자신을 시험해 보리라고 결심했다. 그래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신에게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또 내 자신에게 감추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왜 말이 안 나오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 마음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두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죄를 그만두는 척하면서도 마음 속에서는 가장 큰 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입으로는 「옳은 일, 깨끗한 일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검둥이의 거처를 편지로 알리겠습니다」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신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거짓기도를 올릴 수는 없다. 나도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나는 가슴 속이 고뇌로 가득찼으며 더 이상을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워져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지경이 되고 말았다. 마침내 생각이 한곳에 모아졌다. 편지를 쓰자, 그리고 나서 기도가 나을는지 시험해 보자. 그러자 놀랍게도 나는 깃털처럼 기분이 가벼워지며 고뇌는 전부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기쁨으로 가슴속이 두근거렸고, 종이와 연필을 꺼내어 썼다.

왓슨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의 도망친 노예 짐은 파이크스빌 하류 2마일 지점에 있습니다. 펠프스 아저씨가 붙잡았습니다. 상금을 보내면 석방할 것입니다.

허클 핀으로부터 나는 난생 처음 죄가 깨끗이 씻겨진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되어 이제는 기도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곧 기도를 드리지 않고 종이를 아래에 내려 놓고서 앉은 채 생각하였다. 참 이렇게 되어서 천만다행이다. 하마터면 지옥에 떨어질 판이었다고. 그리고는 생각을 계속하였다. 그러는 중에 강을 내려오던 우리의 여행 생각이 얼핏 머리에 떠올랐다. 짐의 영상이 줄곧 내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달밤인 때도 있었고 또 폭풍우가 일던 때도 있었다. 우리는 얘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웃으면서 강을 내려왔다. 그러나 웬일인지 짐에게 악감정을 품었던 경우는 전혀 머리에 떠오르지 않고 그 반대의 장면들만이 머리에 떠올랐다. 짐이 자기 몫의 당번을 한 다음에 내가 그대로 계속 잘 수 있도록 나를 깨우지 않고 내 몫까지 해주고 있는 모습이 자꾸만 머리에 떠올랐다. 또 안개 속으로부터 내가 돌아왔을때에도 그리고 그「숙원(宿怨)」이 있던 땅에서 늪지에 있는 짐에게로 돌아왔을때에도 또 그밖에도 짐이 얼마나 기뻐해 주었는지 그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늘 나를 「도련님,도련님」하고 부르며 귀여워해 주었고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고 간에 나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주었다. 짐은 나를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가. 맨 나중에 내가 이 뗏목에 천연두 환자가 타고 있다고 하여 짐을 구해 냈을때 짐은 아주 고마워하며 임잔 이 늙은 짐이 세상에서 가진 가장 좋은 친구이며 그때로선 유일한 친구라고 하던 것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러고 나서 우연히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예의 그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슬아슬한 장면이었다. 나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영원히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어느 쪽으로 할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는 잠시 이렇게 생각했다. 「옳지, 그럼 나는 지옥으로 가기로 하자.」 이러고는 종이를 부욱 찢어 버렸다.

그것은 무서운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그러나 벌써 입 밖으로 나와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입 밖으로 내 버린 이상,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머리에서 모든 것을 짜 내 버려. 그러한 식으로 자라났으니 내 성품에 맞은 악행을 또 다시 계속해 나가자. 그 반대의 행동은 나에게는 맞지 않으니까라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 처음 일로서 짐은 노예 상태에서 훔쳐 내자. 그보다 더 나쁜 일이 머리에 떠올랐다면 그것도 해내자. 악행을 하기로 작정한 이상 철저하게 해 내는 것이 좋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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