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병이야기] 파일로리균 치료
1999/01/11(월) 18:22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은 위벽에만 붙어 살 수 있다. 이 균에 감염되면 거의 대부분 위염이 발생하며 항생제를 투여해 균을 없애면 증상이 좋아진다. 파일로리균에 의한 위염이 소화불량증의 주원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혹자는 소화불량증환자에서 파일로리균을 제거하면 증상이 현저히 개선되는 것을 관찰하고 치료를 적극 권하고 있다. 반면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의사들도 많다. 특히 아무런 증상이 없는 위염환자의 경우 굳이 파일로리균을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파일로리균은 위·십이지장궤양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의 70~80%가 파일로리균에 감염돼 있으나, 이 중 궤양이 있는 경우는 1%에 불과하다. 반면 위궤양환자의 70~80%, 십이지장궤양환자의 90%에서 파일로리균이 발견된다.
결론적으로 씨 뿌린데 다 싹이 나는 것은 아니다. 씨가 좋고 토양이 잘 맞아야 싹이 난다. 체질적으로 궤양이 생길 수 있는 사람이 파일로리균에 감염됐을 때, 특히 독성이 센 균일 때 궤양이 생기는 것으로 여겨진다.
재발률은 균의 치료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십이지장궤양을 궤양치료제로 완치한 후 1년 정도 지나면 재발률이 70~80%는 된다. 그런데 파일로리균을 제거하면 재발률이 10% 이하로 뚝 떨어진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94년 소화성궤양의 경우 첫 발병이든 재발이든 관계없이 위점막에서 파일로리균이 발견되면 궤양치료제와 함께 균을 없앨 수 있는 항생제의 병합투여를 권장했다.
국내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위암과 파일로리균은 어떤 관계일까. 세계보건기구(WHO)가 파일로리균을 1급 암유발인자로 분류했지만 아직 확실한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 만성위염 상태로 지내다가 위점막의 위축과 이형성증을 거쳐 극히 일부만 위암으로 진행되리라는 것이 여러 학자들의 생각이다.
국내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주축으로 결성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연구회는 최근 소화성궤양이 있거나 조기위암을 내시경으로 절제하고 남은 위 속에 파일로리균이 있을 때만 치료를 받도록 권장했다.
단순한 소화불량증이나 위염이 있는 경우, 위암의 예방목적으로는 이 균을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송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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