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딜레마] 사찰단 스파이사건… 도덕성 '흠집'
1999/01/11(월) 16:39
미국이 이라크 문제로 잇달아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심각한 딜레머에 빠졌다. 지난 달 유엔 안보리 협의 절차를 무시한 채 이라크 폭격을 단행, 국제적 비난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유엔 사찰단에 스파이를 심은 것으로 드러나 외교의 도덕성에 큰 상처가 났다.
이로 인해 이라크의 대량무기 보유여부를 감시할 유엔 사찰단의 활동은 불투명해졌다. 반면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국제적 입지는 오히려 넓어지는 역효과가 났다. 잇단 「자충수」다.
미국의 지도력에 치명타를 안긴 것은 6일부터 터져 나온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UNSCOM) 스파이 사건. 지금까지 미 언론 보도와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미국은 지난해 3월 유엔 무기사찰 단원으로 위장한 스파이를 바그다드에 침투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는 그동안 친미성향을 보여온 리처드 버틀러 UNSCOM단장의 승인 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같은 사실을 눈치채고 측근을 통해 미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려져 미국과 유엔간의 갈등도 일고 있다.
물론 미국은 스파이 혐의를 부인하며 사건의 파문을 축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UNSCOM과 「정보공유」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달에도 이라크 공격에 앞서 버틀러의 안보리 보고서를 사전에 보고받고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토록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버틀러는 편파적인 보고서를 만들어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러시아의 사임압력을 받은 바 있어 이번에는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응징 위주의 이라크 해법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10일 버틀러 단장의 해임을 촉구했고, 프랑스는 미국의 이라크 폭격이 「실수」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친미 아랍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도 이날 걸프 협력회의(GCC)외무장관 회담에서 미국의 입장과는 달리 유엔의 대이라크 무역 제재조치의 완화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슈퍼파워 미국은 사담 후세인과 혼자서 싸워야 할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 /박진용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