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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착륙선 랜더 (오미환 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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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착륙선 랜더 (오미환 문화과학부기자)

입력
1999.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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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착륙선 랜더 (오미환 문화과학부기자)

1999/01/11(월) 16:44

우주의 소리-먼 별에서 일어나는 폭풍, 벼락, 바람소리. 그런 소리들을 듣게 될지 모른다, 12월3일 인터넷에서. 3일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화성극지착륙선(약칭 랜더)이 12월3일 화성 남극에 착륙한다. 늘 늦봄이고 종일 해가 지지 않으며 한 번도 탐사선이 닿지 않았던 그 땅에 랜더가 발을 딛는다.

랜더는 우주탐사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크를 달고 있어 화성의 소리를 지구로 보내고 그것은 인터넷으로 중계된다. 어떤 소리일까.

랜더의 임무는 화성에 물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화성에 한때 물이 흘렀다고 믿고 있다. 랜더는 로봇팔로 화성 표면의 흙을 긁어 모아 가열해서 수증기가 나오는지 실험한다. 물은 곧 생명이 있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쉽게도 랜더는 생명 확인장치가 없기 때문에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5년에 또 다른 탐사선을 보내 화성의 흙을 지구로 가져와 연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광활한 우주, 태양이 비치는 화성의 붉고 황량한 극지에서 랜더는 홀로 화성의 소리를 듣고 흙을 만져볼 것이다. 랜더가 사람이라면, 가슴이 터질 만큼 흥분될 것이다. 랜더가 화성에 닿기까지 11개월동안 지상기지의 과학자들은 설렘과 기대로 하루하루를 꼽아나갈 것이다.

랜더가 발사된 날, 지구촌 뉴스 헤드라인은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이었다. 폭설, 지진, 홍수로 사상자와 이재민이 속출했다는 소식이 새해 첫 머리를 들쑤셨다. 한국의 99년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529호실사건으로 시끄럽게 출발했다. 랜더가 우주를 날아가고 있는 이 순간, 미국 상원은 바람둥이대통령을 혼내는 탄핵재판을 준비중이고 한국은 판·검사와 변호사가 사이좋게 뇌물을 주고 받은 사건으로 뒤숭숭하다.

랜더가 지구의 소리를 원격으로 듣는다면 참 우습겠다. 환경파괴로 인간이 자초한 재앙들에 인간이 지르는 비명이며, 바람둥이대통령의 웅변, 의사당의 탕탕탕 법안 날치기 망치소리며 우지끈 문짝 부서지는 소리, 욕설과 고함소리….

별들로 가득찬 밤하늘을 쳐다보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 그러나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랜더의 눈과 귀가 지구에 전해줄 소식을 기다리며 우주선 지구호의 어지러운 소란을 잠시나마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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