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LG 선두비상 '이충희의 힘'
1999/01/11(월) 17:07
LG 세이커스가 마침내 선두로 날아올랐다.
시즌 개막전의 예상판도는 「2강6중2약」. LG는 6중 가운데서도 약체로 꼽혔다. 97-98 시즌도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중위권도 아닌 하위권에 분류했지만 LG는 보란 듯이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두 시즌 거푸 똑같은 결과가 나왔으니 이를 놓고 이변이라 우길 수는 없다.
「이충희의 힘」. 전문가들은 바로 그걸 놓쳤다.
감독이 팀 전력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느냐를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팀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있고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팀전력이 약할 수록 감독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떨어지고, 전통이 없는 신생팀일 경우 감독의 힘은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다.
LG가 그렇다. 이제 창단 2년째. 겨우 새내기틀을 벗었다.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도 없다. 국내선수 구성을 곰곰이 따져보면 아무리 잘 봐줘도 중위권을 벗어날 수 없다. 용병 수준도 지난해보다 못하다. 지난 시즌의 로버트 보이킨스가 지금의 아미누 팀버레이크가 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LG는 색깔이 확실하다. 「상대의 공격은 우리의 수비가 좌우한다」는 것. 그건 감독이 만들어낸 색깔이다. 그를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기억하는 많은 팬들은 이충희감독이 97년 2월 LG 사령탑을 맡으며 내뱉은 취임일성을 듣고 깜짝 놀랐다. 『탄탄한 수비농구로 승부하겠다』
「공격은 천재성이 필요하지만 수비는 성실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이충희감독의 지론. LG의 팔팔한 새내기들은 감독의 지론을 철저히 따랐다.
40분 풀타임을 지치지않고 뛰어다니기 위해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했고, 헬프 디펜스 등 수비조직력 훈련을 지겹도록 되풀이했다. 화려한 개인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체력, 조직력, 정신력이 어우러진 것이 바로 LG의 수비벽이다.
이감독은 선수 전원을 수비도사로 만들기 위해 개개인의 성격을 철저히 파악했다. 심지어 혈액형까지 꿰차고 있을 정도.
11일 현재 LG의 평균 득점은 83.3점으로 10개팀 가운데 8위. 빈약한 공격력이다. 버나드 블런트가 팀 득점의 37%를 맡을 정도로 공격라인이 단조롭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철벽수비로 만회하고 있다.
평균 실점 78.2점으로 1위. LG의 꾸준한 오름세를 보노라면 「공격을 잘하면 경기에 이기고 수비를 잘하면 우승을 한다」는 말이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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