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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와 김영삼의 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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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와 김영삼의 애증

입력
1999.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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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와 김영삼의 애증

1999/01/10(일) 19:27

노태우전대통령과 김영삼전대통령의 악연(惡緣)은 끝난 것일까.

6공 참모들은 아직까지도 YS에 대한 한(恨)을 감추지 않는다. 반면 「YS의 사람들」은 이들에 대해 전혀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하다.

노씨의 검찰소환이 임박했던 10월31일 아침 청와대. 민자당 당직자들과 가진 조찬모임에서 김대통령은 목청을 높였다.

『비자금은 무슨 비자금. 그건 정확한 말이 아니에요. 부정축잽니다. 부정축재는 범죄행위입니다. 금융실명제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나오지도(밝혀지지) 않았을 거요. 내가 대통령에 취임해 보니까 집무실 방에 큰 금고가 있습디다. 하도 커서 의아스럽게 생각했더니… 경호실장에게 당장 치우라고 지시했어요. 비서실장 방에도 있고, 대통령 부인방에도 있다고 하고…. 도대체 청와대에 금고가 왜 필요합니까』

김영수(金榮秀)당시민정수석의 회고. 『김대통령은 상당히 격앙된 것 같았어요. 말씀 도중 간간히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지요. 여론을 되돌릴 의사가 없었던 거죠. YS는 아래서 잡아넣겠다고 하면 절대로 말리는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구속을 결심한거죠』

두 사람간의 불협화음은 김전대통령이 대권을 향해 줄달음치던 고비고비 마다 표출됐다. 6공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가 전하는 일화.

『두사람은 만날 때마다 서로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YS는 청와대에 와서도 대통령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 대목이 나오면 탁자를 주먹으로 꽝꽝 내리치며 담판을 지으려고 했어요. YS가 돌아가고 나면 노전대통령은 「정말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 누가 가서 말 좀 해라」하며 분을 삼키곤 했어요. 후보 경선이 본격화 했을 때 YS는 박태준(朴泰俊)씨를 저지하지 않으면 「TK장기집권전략」으로 보고 종로에 드러누워 정권타도 투쟁을 하겠다며 노전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했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태준씨는 절대 방치할 수 없다고 했지요. 노전대통령은 번번히 밀리기만 했어요』

YS의 분신인 홍인길(洪仁吉)전청와대 총무수석이 언론에 소개했던 일화 한토막.

『3당합당 이후 어른이 궁지에 몰릴 때 청와대에 들어가 노대통령,김종필(金鍾泌) 박태준최고위원과 함께 앉은 자리에서 한마디 했답니다. 「시중에 내가 대통령병 걸렸다 하는데 그런 소리 마라. 대통령 안해도 좋다. 그러나 당신들 혼날 줄 알아」하며 반말투로 호통을 치자 노대통령이 당황해 「왜 그러십니까. 저는 「대표께서는…」이라고 존칭을 쓰는데 왜 말을 낮추고 그럽니까」라고 했다는 거에요』

홍전수석의 발언은 승부사 기질이 강한 YS가 기(氣)싸움에서 노씨를 압도, 정권을 「쟁취」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

그러면 노전대통령이 YS에게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노씨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해창(丁海昌)씨의 이야기.

『인간의 감정이란 복잡한 거지요. 두사람의 관계는 애증(愛憎)의 관계,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부부간에도 좋을 땐 한 없이 좋다가도 마음 틀어지는 일이 있으면 찬바람이 불고, 그러다가 다시 의지하고… 대선 전까지 두사람도 그런 관계였어요. 노전대통령은 YS가 후임자가 되는게 역사의 순리라고 생각하고 밀어 주었지요. 3당통합을 거쳤기 때문에 당의 단합을 위해 자유경선은 불가피 했어요. 사실 중립내각도 YS와 협의해 된겁니다』

한 연희동 참모의 이야기. 『노전대통령이 YS에게 서운한 감정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아직 한번도 내색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어요. YS가 권력을 쟁취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쟁취라니요.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요』

한 민주계 중진의원의 이야기.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큰 부담인 줄 아십니까. YS도 끝까지 노전대통령을 보호하려고 했어요. 그건 진실입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데서 불쑥 터져버린 거죠.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이 노씨를 원망할만 하지요. 그 사건만 그렇게 돌발적으로 터지지 않았더라도 12·12, 5·18사건도 그냥 묻혀 지나갔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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