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자유의 집' 무질서
1999/01/08(금) 16:34
7일 오후11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자유의 집」. 또 싸움이 벌어져 수라장이 됐다. 술판에서 비롯된 사소한 말다툼이 화근. 주위에서 말리던 사람들도 이내 멱살잡이에 가세한다. 방마다 문이 열리고 곳곳에서 『그만두라』는 고함이 튀어나온다. 여기서 싸움은 이제 하루에도 열두번씩 반복되는 일상이 돼버렸다.
이 곳은 서울시가 노숙자들의 동사(凍死)를 막기 위해 4일 문을 연 쉼터다. 「희망의집」 등 기존의 노숙자 쉼터와는 달리 출입시간·입퇴소 음주·흡연 등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배고프면 그저 식사시간에 맞춰 일어나면 그 뿐, 취침·기상시각도 따로 없다.
노숙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 이날까지 서울시의 당초 예상(300명)보다 훨씬 많은 1,050명이 입소해 10평 남짓되는 방마다 17, 18명씩 수용됐다. 그런데도 인원은 매일 늘어난다.
대책팀과 관리소측은 늘어나는 예산 산출과 난방시설 확대보수, 개인비품 추가구매 등으로 눈코뜰 새가 없다. 생활지도, 상담 등에 배당된 직원 17명의 역할구분도 사실상 없어졌다. 무료급식을 자원했던 한 종교단체도 인원이 늘자 두 손을 든 실정. 음주자와 비음주자, 결핵 등의 예방주사 접종자와 미접종자 등 분리수용은 엄두도 못내 잦은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직원은 『현 직원의 2배 이상은 돼야 기초적인 생활질서가 유지될 것』이라며 『싸움으로 인해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라며 고개를 저었다. 자유의 집은 이날 밤도 두어차례 소동을 더 겪은뒤 8일 새벽이 돼서야 비로소 조용해졌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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