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파일] 스크림, 장난처럼 벌이는 모방살인
1999/01/07(목) 20:01
모든 것이 영화로 통한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느끼고, 영화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감독도, 등장인물들도 기존의 영화를 변주하고 뒤집고 섞었다.
72년부터 공포영화만을 고집하고, 「나이트메어」로 유명해진 웨스 크레이본 감독. 그는 자신의 작품을 포함해 지금까지 나온 공포영화들의 모든 관습을 종합해 96년 「스크림」을 만들었다.
해골가면을 쓴 범인이 여고생 케이시에게 「나이트메어」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퀴즈를 낸다. 그리고 못맞추자 화를 내며 애인을 죽여 나무에 매달아 버린다. 케이시의 친구를 대상으로 범인은 살인을 계속한다.
케이시의 친구 랜디는 공포영화광. 「사이코」「캐리」「13일의 금요일」「이블데드」「헬레이저」「양들의 침묵」을 들먹이며 살인마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을 역설한다.
감독은 때론 그 원칙을 지키면서, 때론 그것을 조롱하며 10여명을 하나씩 칼로 죽여 나간다. 때론 영화장면과 똑 같이. 뚜렷한 이유도, 그렇다고 어떤 정신병적인 징후도 없기에 범인의 정체도 알 수 없다.
시드니(니브 켐벨)가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긴 후에야 애인 빌리(스킷 울리히)와 친구 스튜어트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 사이 영화는 공포와 살인을 즐기고 범인의 어설픈 행동에 의한 웃음으로 살인에 대한 무거움까지 털어 버린다. 범인들은 사망유희 게임이라고 했다. 재미있으니 2편도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그들의 말처럼 감독은 2편, 3편도 만들고 있다.
모방범죄를 공포라는 이름으로 오락화한 「스크림」.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일지는 몰라도 반사회적이다.
TV까지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경찰청사람들」「사건 25시」를 중단한다. 그런데 한국공연예술진흥협회의회는 97년 6월부터 3차례나 수입심의에서 반려됐던「스크림」을 풀어주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폭력성에 익숙해졌다는 얘기일까. 아니면 끔찍하고 자극적인 폭력을 봐도 충분히 걸러낼 수 있을 만큼 갑자기 성숙해졌다는 것일까. 공공성과 공익성은 TV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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