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자 수출사기] '합작공장 불이행' 2억불 과징금 낼판
1999/01/07(목) 17:45
아시아자동차 수출피해사건은 10대그룹의 하나였던 기아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30대 브라질 교포에게 철저히 농락당하면서 엄청난 국부(國富)를 유출시킨 어이없는 사기극이었다. 더구나 범행과정에 아시아자동차의 임직원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한때 「국민기업」으로까지 불렸던 기아그룹이 부도가 나게 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브라질 교포인 전종진(全鍾鎭·34)씨가 아시아자동차와 거래를 시작한 것은 93년부터.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수출활로를 모색하고 있던 아시아자동차측에 타우너, 토픽등 자동차를 대량수입하겠다는 전씨의 제의는 「복음」과도 같았다. 거래 초기 현금결제로 신용을 쌓은 전씨는 거래규모가 늘어나자 외상거래 일종인 D/A(무역어음)방식으로 슬그머니 전환했다. 또 자신이 경영하는 브라질의 AMB사를 통해 자동차를 직접 수입하면서도 관세감면등을 내세워 유령회사인 BBI사를 거쳐 수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줄 것을 요구했다.
외상거래가 9,000만달러에 이른 96년 초 아시아자동차측이 채권회수에 불안을 느껴 신용장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자 전씨는 오히려 브라질 현지 자동차 합작공장 설립을 제안했다. 아시아자동차측은 브라질 시장에 대한 매력때문에 전씨의 이러한 요구를 충분한 검토없이 전폭 수용했다. 게다가 아시아자동차의 이모이사는 전씨가 합작공장 설립신청서를 브라질 정부에 제출할 수 있도록 본사의 동의없이 직접 서명까지 했다.
96년 4월 브라질 정부의 공장설립 승인을 받은 전씨는 본격적인 사기극에 나섰다. 지난 해 2월 아시아자동차 경영진에게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서는 증자가 필요하다고 제의, 2,000만달러에 불과하던 자본금에 아시아측과 자신이 각각 1억9,000만달러씩 추가증자하기로 했다. 전씨는 이 과정에서 BBI사가 갖고 있는 외상대금채권을 「아메리칸 사모아」라는 또다른 유령회사로 양도했고 자신이 납입해야 할 AMB사에 대한 증자금을 이 채권으로 상계해 납입토록 했다.
전씨는 유령회사를 통한 교묘한 삼각거래로 자동차 수입외상대금을 합작공장 설립자본으로 전환한 것.
결국 아시아자동차는 자동차판매대금 중 변제되지 않은 1억8,000만달러를 BBI사에서 받아야 하지만 BBI사가 무자산 상태로 껍데기만 남은 회사여서 한푼도 받아낼 수 없게 됐다. 또 브라질 상법상 증자금 납입의무는 취소가 불가능해 1억9,000만달러의 증자금을 납입해야할 판이다. 그뿐 아니라 합작공장설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브라질 정부에게 2억달러 상당의 과징금을 내야할 어처구니 없는 지경에 빠진 것이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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