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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칼럼] 호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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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칼럼] 호연지기

입력
1999.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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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칼럼] 호연지기

1999/01/06(수) 16:44

박은주 문화과학부기자

「호연지기(浩然之氣):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찬 정기,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러울 바 없는 도덕적 용기, 자유롭고 느긋한 마음」

좋은 말이다. 신년에 젊은이들에게 들려줄 말을 꼽으라면 단연 호연지기라는 말이 많다.

요즘 직장을 구하지 못해 졸업식장에 들어서기 부끄러운 젊은이들은 의기소침하여 하늘과 땅은 커녕 제 방 한 칸도 채울만한 정기가 없을뿐 더러, 「그래도 지가 못 났으니 직장을 못 구한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에 세상 보기가 부끄러울 뿐이다.

그럼에도 「호연지기」는 어려운 세상을 사는 젊은이가 가져야 할 미덕이다.새해 첫 날 TV에서도 「호연지기」를 말하는 이가 있었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신년하례객을 모아 두고 『요즘 우리나라엔 호연지기를 가진 사람이 없다』며 무게있게 말했다.

김 전대통령의 발언은 다분히 현재 정치권을 겨냥한 말처럼 들린다. 그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하는 일을 못 마땅해 하는 사람은 많다.

빈 곳간 열쇠를 쥐고 출범한 정부니 급속한 경제회생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걸 다 안다. 그러나 여전한 지역주의적 인사, 「무조건 잘라라」식의 정책은 인기를 얻기 어렵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초라한 새해를 맞고, 행여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까 두려워하게 한 그 원인제공자는 누구였나. 『아빠만 믿어라, 자 올해는 말이야…』이렇게 호기있게 한 마디 하고 싶은 가장들을 못난이로 만든 것은 누구였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새해 첫날 『미움이 없어야 오래 살 수 있다』며 『수도를 했더니 미운 사람이 적어지더라』고 했다. 원래 「가해자」는 피해자보다 쉽게, 빨리 잊는 법이다. 그리고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한다.「자식, 옹졸하긴」.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 제대로 평가하고, 평가받는 그런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21세기가 다가올 날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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