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국회 시계는 멈췄는가
1999/01/04(월) 17:32
올해는 100년 단위의 20세기 두 해 전이며 1,000년 단위로 시작되는 새로운 밀레니엄(Millennium)을 한 해 앞둔 해다.
신문과 방송들의 신년 화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에 집중돼 있다.
한국일보도 새해 주제를 「새 천년, 새로운 한국」으로 정하고 풍요로운 천년을 맞기 위해서는 모두가 변해야 산다고 강조하고 있다.
1999년 올해는 또 프랑스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가 지구의 종말을 예언한 바로 그해다. 그가 1555년 내놓은 예언이 적중할 지가 새해 벽두부터 호기심을 끌고 있다.
올 7월로 해석되는 종말론을 예언한 그는 히틀러 출현, 케네디 미국대통령 암살,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을 정확하게 점쳐 전세계인을 겁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벌어진 사건을 놓고 후세 사람들이 꿰맞춘 것이라고 안심시키기도 하지만 어쨌든 소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우리나라는 IMF체제 아래 맞는 1999년이어서 불안감과 함께 더 추위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IMF터널을 거의 빠져나왔다고 희망적인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느니 이제 시작이라느니 하는 극단적인 예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실업문제는 더욱 악화할 전망이어서 사회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재경부는 올 1·4분기중 40~50만명의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동절기에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빅딜, 워크아웃 등 대기업 구조조정 및 공기업 경영혁신이 구체화하고 대졸자들의 구직활동이 본격화하면서 1·4분기중 실업자 200만명, 실업률 8%대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대학 및 전문대 졸업자 39만5,000명중 18만2,000명만 취업하거나 입대하면 21만3,000명의 신규실업자가 발생한다.
여기에다 지난해 대졸 미취업자 7만3,000명을 합치면 고학력 실업자만도 28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뿐인가.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강경노선과 군국주의 성향이 강해져 올해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방위청 정세보고서를 인용, 북미 미사일협상이 결렬될 경우 북한이 강경입장으로 돌아서 2월이후 한반도사태가 긴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정치문제 전문가 대부분이 금년에는 여러가지 요인으로 커다란 정치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여권내에서는 내각제 개헌약속이란 뇌관이 상존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구심점을 확보하지 못해 불안한 상태라고 분석한다.
게다가 내년에는 16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 또 내각제 약속을 지키려면 개헌을 해야 하고 개헌 의결정족수가 재적의원의 3분의 2이상의 동의와 유권자의 과반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계개편도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래저래 정치권에서는 어째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 시계는 멈춰선 기분이고 국회는 「동작그만」상태나 다름없다.
98년 내내 정쟁으로 일관하다 야당이 안기부가 정치사찰을 했다며 정보위 자료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 강제진입을 결행하는 사이 해가 바뀌었다.
지금도 국회는 문만 열어 놓은채 여전히 여야가 맞서 있다. 대치상태는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새로운 천년을 맞을 기대와 지긋지긋한 IMF체제 조기극복을 다짐하면서 1999년 첫 출근을 한 4일에도 국회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국민들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진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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