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안기부장] '숯덩이 속내' 원칙대로 처리..
1999/01/04(월) 18:55
이종찬(李鍾贊)안기부장은 요즘 속이 새카맣게 타고있을 법도 하다. 새해 벽두부터 온 나라를 뒤흔들고있는 「국회 529호실 사태」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그의 위상과 이미지가 크게 달라질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부장이 정치인출신이 아니라면, 또 정치권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면 사건의 향배가 그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여의도 정가를 정치적 고향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다. 때문에 국민이 국회 529호실에서 나온 메모, 서류들을 통상적인 정보활동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정치사찰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정치인 이종찬」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그가 정치인 출신인 탓에 야당의 집요한 공격 타킷이 되고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이부장은 「포스트 DJ」 「3김시대 이후」를 겨냥하며 민선서울시장에 미련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안기부를 잘 아는 그를 안기부장으로 발탁했고 그는 기대대로 안기부 개혁작업을 신속하게 매듭지었다.
비리, 권력남용의 잘못을 범했거나 권력과 유착했던 간부들을 물갈이했으며 경제정보, 해외정보를 우선한다는 새 원칙도 마련했다. 나름대로 안기부의 민주화 개혁 세계화에 상당한 업적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번 정치사찰 논란의 중심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이부장은 그 결말이 어떻게 나든 어느 정도의 상처를 피할 수없게 된 상황이다. 이부장이 정치권 풍문대로 금년 중반께 정치권으로 컴백한다면 그의 귀로(歸路)에는 「529호실 사건」이 장벽으로 가로막고 서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부장은 4일 대책회의에서 『적당한 타협은 없으며 원칙대로 처리한다』고 거듭 강한 입장을 피력했다. 측근들이 『이부장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고 전하는데서도 이번 사건을 승부처로 삼겠다는 이부장의 결의를 느낄 수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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