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병이야기] 위궤양 주범은 '파일로리균'
1999/01/04(월) 17:58
정상적인 위 속에는 균(菌)이 상주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까지 의학계의 상식이었다. 위 속에는 염산이라는 강한 산이 있어 아무리 독한 균이라도 살아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100여년 전부터 사람이나 동물의 위 속에 균이 있다는 몇몇 학자들의 보고가 있었으나, 위 속에는 균이 살 수 없다는 오랜 고정관념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83년 마샬과 워렌이라는 두 호주의사가 위염환자의 위벽에 붙어 살고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의 배양에 성공함으로써 위염 위궤양 위암의 원인 규명과 치료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
조그만 실타래처럼 생긴 이 세균은 여러 개가 한꺼번에 무리지어 보이기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날아가는 갈매기같다」고도 표현한다.
위벽 바로 위에는 끈끈한 점액이 덮여 있어 웬만한 생물체는 이 곳을 뚫고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파일로리균은 표면에 있는 5~6개의 편모를 이용해 미꾸라지가 진흙 속을 뚫고 가듯 점액을 통과해 위점막 표면에 안착할 수 있다. 위점막 안은 산도가 아주 낮아 세균이 상주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파일로리균은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위 속에 들어오면 저절로 없어지는 일이 드물어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한다. 대부분 만성위염 상태로 증상없이 지내지만, 극히 일부에선 소화성궤양 위암 임파종이 발생한다.
파일로리균 감염률은 나라에 따라 크게 다르다. 경제상태가 나쁠수록 감염률이 높고 선진국일수록 낮다. 유아기엔 낮고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개발도상국에선 영·유아기부터 감염이 시작돼 10세 전후에 절반 정도가 감염된다. 20세가 넘으면 70~80%의 감염률을 보인다. 선진국의 경우 10세 이전 감염률은 매우 낮고 성인도 40~5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OECD가입국에 걸맞지 않게 성인감염률이 70~80%나 된다.
조사결과 집안에 아이들이 많을수록, 교육정도가 낮을수록, 집안의 위생상태가 나쁠수록, 더운 물을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환경일수록 감염률이 높았다. 파일로리균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송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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