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원전후보지 해제의 의미
1999/01/04(월) 17:38
김장곤·金莊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역으로 고시해 두었던 경북 울진, 강원 삼척, 전남 해남 등 9개 지역에 대해 후보지 지정을 해제하였다.
그 중 울진군 산포리는 99년 1월말까지 기존의 원전부지를 확장한다는 대안 제시를 조건으로 하고는 있으나 사실상 전 지역은 지금부터 새로운 개발계획의 수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간 이 지역에서는 건축물을 새로이 짓거나 증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등 제약이 있었고 이 때문에 상당수 지역주민들이 원전건설을 반대해 왔다.
이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주민과의 협의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내린 정책에 대한 당연한 귀결로 볼 수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의견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모범적인 정책사례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9개 지역이 원전후보지로 지정 고시된 것은 80년대 초였다. 당시 70년대말의 석유파동을 계기로 원자력 중심의 전력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질이나 지형적 조건 등 입지조건을 충족하여야 하는 원전부지를 미리 확보해 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규제로 인한 불편을 오랜 기간 감수해야 했다. 또한 이들 지역이 원전후보지로 고시되었을 당시와는 사회경제적인 여건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원전부지 선정여부를 조속히 확정하는 것이 지역개발을 원하는 주민의 열망에 부응한다고 판단돼 96년 고시해제여부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던 것이다.
검토결과 인근에 공항건설이 예정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전부지로서 적합하다는 것이었으나, 그 중에서도 우선 순위가 높은 지역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마치 자기 지역에 원전을 건설키로 확정한 것으로 알고 원전건설저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반대활동을 해왔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상 앞으로도 원자력에 의한 전력공급은 확대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새로운 원전건설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번 결정은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원전을 반대하는 여론만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경북 울진군은 후보지역 해제를 건의하는 대신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기존 부지의 확장 등 대안을 곧 마련하겠다는 것이고, 원래 원전후보지가 아닌 경남 울주군은 원전을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앞으로의 전력수급에 돌파구를 마련해주기도 하였다.
전 국민이 사용할 전력을 자신들의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해준 지역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과 지속적인 지역개발사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간 원전후보지 주민들이 겪은 불편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과학적인 조사를 거쳐 원전건설이 적합하다고 판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에서 원전건설을 극구 반대해온 데 대해서는 이번 결정과 관계없이 차분한 성찰이 있어야 할 줄로 안다.
원자력은 현대과학의 집합적 응용기술이다. 적어도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수단으로서는 이만한 대안이 없다.
더욱이 오늘날의 국제사회는 지구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질서구축을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보다는 잘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기후변화협약에 동참할 수 있는 묘수는 많지 않다.
정부가 내린 이번의 원전후보지 해제 결정이 현 시점에서 가능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진정한 이해와 사랑은 변함없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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