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가 바꿀 세계질서
1999/01/04(월) 17:50
세계는 「유로」의 고고성을 들으며 99년을 맞고 있다. 유럽연합 11개국의 단일통화 유로가 2억9,000만 역내 유럽인들의 흥분과 기대속에 새해 첫날 출범한데 이어 4일 도쿄 외환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로마제국이래 천년만의 유럽단일통화라고 하지만, 디지털혁명으로 시간과 공간의 벽이 허물어진 지구촌시대에 유로가 갖는 역할은 로마의 화폐에 비할 바가 아니다.
2차세계대전후 반세기 이상 미국의 달러화는 사실상 국제무역과 금융의 결제 또는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독점적 지위를 지켜왔다. 그런데 이제 유로의 등장으로 달러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지난 연말 유로출범으로 변화할 무역 금융 외환 투자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국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정부의 전략수립을 촉구한 바 있다.
이와함께 우리는 유로의 출현이 국제정치무대에서 변화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유럽연합은 통화의 국경을 없앰으로써 정치적 국경마저 더욱 희미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무역 환경분야등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왔던 유럽연합의 정치적 목소리가 국제무대에서 더욱 강화될 것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베를린 장벽붕괴 이후 세계질서는 유일한 초강국 미국의 주도에 의해 움직여왔으며 그 힘의 원천은 미국의 경제력이었다. 이제 미국은 외환보유수단으로서의 달러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자국의 통화정책으로 세계경제를 조절하던 힘도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아직은 단일국가로서 세계최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과 미국은 동맹관계와 경쟁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단일통화로 새롭게 부상하는 유럽을 보며 우리는 21세기의 우리의 좌표를 재점검할 필요를 느낀다. 그동안 우리는 아시아태평양시대가 눈 앞에 와있다는 자신감속에 유럽은 노쇠하여 세계무대의 동인이 될 수 없다는 피상적 세계관 속에 안주하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재결합,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기업합병등 세계는 공동이해를 추구하며 국경을 허물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아시아는 세계의 3대 경제축이면서도 아직은 초보적 협력의 틀도 못 만들었다. 새로 형성되는 세계질서의 도전을 음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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