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거래 첫날 세계표정] 초조한 일본
1999/01/04(월) 18:07
유로가 일단 기세 좋게 국제 금융시장에 데뷔하면서 일본의 초조감은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안정성이 높은 유로가 달러화 지배체제를 희석한다는 점과 엔화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단일통화권」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는 점은 일본에게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유로의 잠재력으로 보아 국제통화로서의 엔화의 지위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크다. 일본 대장성은 유로의 도입으로 인한 엔의 영향력 상실문제에 대처할 위원회를 최근 설치했다. 「미스터 엔」으로 통하는 에이스케 사카키바라 대장성 재무관마저 엔의 위상이 유로에 뒤질 것이라고 시인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정부에 『올 상반기중 유로화 수요는 매우 클 것』이라면서 보유 외환의 재조정을 위해 달러화 채권을 유로 표시 채권으로 바꿔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연초부터 엔화를 강하고 안정된 국제통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른바 「엔 국제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유로 충격이 주요인이다. 엔화의 국제적 지위는 97년말 현재 달러 42%, 유럽통화 25.4%, 엔화 14.4%인 국제금융거래 점유율이나 달러 68.6%, 유럽통화 20.0%, 엔화 6.9%인 세계외환준비고 비율에서 확인된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6일부터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를 순방하면서 목표환율제의 도입과 아시아 단일통화권을 염두에 둔 엔국제화 구상을 밝히겠다는 것도 유로 충격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엔 국제화」의 핵심인 엔화 및 엔화표시 자산의 거래를 늘리기 위해 단기 국채의 공급을 늘리고 외국인의 엔화 표시 국채거래에 각종 세제혜택을 주는 등의 시장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