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동안 399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관련 정부부처는 축제분위기에 감싸였다. 『수출드라이브정책의 쾌거』라고 소리 높이는 관료들의 흥분된 모습도 눈에 띄었다.대규모 무역흑자는 나락으로 치닫던 우리경제를 살린 구세주인 점은 틀림없다. 한푼의 달러가 아쉽던 지난 한해동안 무역흑자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회생을 가능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1년전 태도와, 또 무역흑자를 바라보는 현재의 시각을 곱씹어보면 불신과 불안감이 환란(換亂)의 악몽처럼 앞선다. 지난해초 김우중(金宇中) 전경련회장을 비롯한 재계는 5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목표로 잡았다. 당시 정부의 반응, 특히 재정경제부의 태도는 매우 냉담했다. 정부관료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찬물만 끼얹었을 뿐,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관료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는 무역흑자를 놓고 공치사에 혈안이 돼 있다.
또 하나. 「무역흑자 399억달러」의 겉모습만을 강조할 뿐, 무역흑자의 함정을 꼬집고 대책마련에 나서는 관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무역흑자 399억달러는 경기침체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보다 2.2%가 줄었고 수입은 35.4%나 감소했다. 결국 무역흑자는 경기가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설비투자와 소비가 줄어들어 나타난 「거품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경기가 되살아나 수입이 늘어날 경우 무역흑자는 다시 줄어들게 되어 있다. 수출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지 않는 한 대규모 무역흑자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무역적자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과거와 현재의 과오에 대해 솔직해야 한다. 축배는 그 다음이다. 정부는 수입감소가 아닌 수출확대에 의한 무역흑자확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김동영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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