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의 북한 정세를 바라보는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시선은 한결같이 금창리 지하시설 핵의혹 규명 협상에 집중돼 있다. 「금창리 협상」이야말로 안보상황을 비롯한 남북관계 전반의 기상도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금창리 협상의 관건은 북한이 또다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지 여부와 미국의 대북 강경분위기 추세에 달려 있다. 북한은 10만평 규모의 금창리 시설을 흥정하면서 가능한 모든 실익을 챙기는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이과정에서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북측이 지난해 10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3차 4자회담에서 2개 분과위 구성에 합의한 점 지난해 12월 북미 금창리 협상에서 현장접근 대가로 3억달러를 요구했던 종전태도를 누그러뜨린 대목 등을 주목하고 있다.
윌리엄 페리 전미국방장관이 나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중인 미국의 유동적 상황을 북측도 주시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유제공 여부를 결정하게 될 99년 5월까지, 북측이 미국 여론을 충분히 어루만지는 협상 전술을 전개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즉 94년과 같은 「위기를 동반한 협상」대신에 「협상결과를 중시하는 협상」자세로 금창리 문제에 접근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럴 경우 99년 상반기부터 해빙무드가 본격화하고 남북관계도 경제협력분야를 매개로 예상외로 쉽게 풀릴 공산이 없지는 않다. 다만 미국은 치고 빠지기에 능숙한 북한에게 이번만큼은 녹록하게 나오지 않을 분위기다.
클린턴 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94년이후 줄곧 북한에게 끌려다녔다고 생각하는 미국내 보수세력은 금창리문제 뿐만아니라 94년 제네바합의 전반에 대한 재검토까지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때 북한이 자주성을 내세워 미국과 정면으로 맞선다면 한반도 긴장의 파고는 급상승할 것이다. 북미 대결구도가 첨예화할 경우 북한 신포의 경수로건설사업 본공사의 지연과 남북관계의 냉각, 이에 따른 금강산관광 등 경협사업의 차질은 쉽게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금창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보다 긴장국면의 조성을 피하자는 대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금창리 문제로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 경우 결국 손해는 경제불황을 극복해야 할 우리가 입는다』고 말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북-미 일괄타결 방안 제시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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