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는 「안기부 국회상주 요원들의 야당의원 도청·사찰」주장이 빚은 소동으로 오후 내내 시끄러웠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이신범(李信範)의원이 긴급발언을 신청, 『국회 본청 529호에 안기부 주재관 방이 있는데, 이곳에서 안기부 요원들이 야당의원들을 대상으로 도청과 사찰을 한다는 제보를 접수했다』고 「폭로」한 게 사건의 발단.이의원은 『국회에 상주하는 이들 안기부 요원이 면회인과 접촉인물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등 야당의원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 지금 즉시 529호로 가서 사실을 확인하자』고 제의했고, 이에 한나라당 의원 50여명이 529호로 몰려갔다. 이들은 문제의 529호에 비밀열쇠 장치가 돼 있는데다 문이 잠겨있자 복도에 「연좌(連座)」한채 박실(朴實)국회사무총장을 현장으로 불렀다. 소식을 전해듣고 온 박총장은 『이 방은 국회에 정보위가 생긴 4년전부터 있던 방』이라며 『기밀문서도 보관하고 안기부에서 파견된 요원들의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YS정권 때는 국민회의측의 항의로 사용하지 않았던 방인데 최근 다시 연 것』이라며 『이것이 국민의 정부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들은 이어 김인영(金仁泳)정보위원장실로 몰려가 문을 열 것을 요구했고, 1시간 가량 옥신각신한 끝에 김위원장과 홍준표(洪準杓)의원등 한나라당 소속 정보위원들이 방으로 들어가 안기부 직통전화, 도청방지용 전화기, 철제 문서함, 서류 파쇄기 등 내부시설을 확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후에도 『제보내용대로 안기부 요원들이 사찰행위를 했다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본회의에 응할 수없다』고 버텼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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