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의 자민련·한나라당 의원들이 연합해 30일 통과시킨 「교원단체설립 및 단체교섭에 관한 법률」은 환경노동위에서 처리된 교원노조법의 아류(亞流)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교원노조법의 발목을 잡기 위한 정략적 목적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졸속입법으로 평가된다. 법안의 내용과 처리 절차상의 숱한 맹점들이 그 근거다.우선 눈에 띄는 것이 법체계상의 모순이다. 『교원단체의 설립과 단체교섭 절차를 정한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법안 내용은 사실상 교원노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다. 하지만 노조에 관한 일반법인 노동조합법, 노동관계조정법과의 관계를 분명히 규정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법안은 교원단체에 관한 모법(母法)인 교육기본법과도 어긋난다. 교육기본법에는 「교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교원단체를 조직한다고 돼 있는데도 이 법은 「교원의 근무조건 유지·개선을 위해서도」 교원단체를 만들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상충된다는 평가다.
논리나 명분상 서로 모순되는 법 규정들도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원노조법상의 교원노조보다 더 강한 권한을 교원단체에 주고 각 학교별 단체교섭까지 허용한 부분이다. 「시기상조」 「교육현장의 갈등 유발 가능성」등을 이유로 교원노조를 반대했던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스스로 자기 논리를 뒤집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이 법은 근로조건 이외에 교육정책전반에 대한 협의권까지 인정,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교육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위 실무 관계자들은 『단체협약과 다른 내용의 법령을 개정하도록 의무화 한 규정은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입법절차상의 흠결도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날 교육위에서 일부 국민회의 의원들의 반발을 샀듯이 교육위는 이 법을 전체회의나 소위에서 한 번도 제대로 심의한 적이 없다. 자민련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교원노조법안과의 상충이 우려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한다』는 수석 전문위원의 법안 검토보고까지도 묵살해 버리는 무리수를 뒀다.
이같은 여러 흠결에도 불구하고 교원단체법안이 일단 소관 상위를 통과한 이상 교원노조법안의 연내 처리 여부가 다시 안개속에 빠져들게 되는 부작용은 불가피해졌다. 법체계 심사를 맡게 될 법사위에서 한나라당측이 두 법안의 상충을 지적하며 지연작전을 구사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교육위에서 자민련측이 한나라당에 가세함으로써 공동여당이 표대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기도 힘든 상황이어서 여권 지도부가 과연 어떤 묘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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