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회도 넘는 13번 개회. 총 회기일수 309일. 평균 본회의 일수 57일. 회기당 평균 본회의 시간 10여시간. 법안 1건처리의 순수 비용 5억여원. 그리고 …. 올해 우리 정치는 참으로 많은 신기록을 세웠다. 64년 한일 국교정상화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극도의 긴장과 충돌을 거듭했던 시절, 국회가 자랑했던 진기록은 일찌감치 머리를 숙여야했다.이런 「위업」을 이루기까지, 정치인들은 호랑이에게 쫓기는 토끼마냥 허둥지둥댔다. 새 정부의 정치개혁 의지에 기죽고,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검찰의 칼날에 가슴졸이며, 소환되고 구속되는 동료의원들의 수난에 몸서리쳤다.
또 민생법안 처리지연으로 피해를 봤다는 1,100명의 시민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는가 하면 『이 나라의 어려움은 모두 정치인 탓』이라는 국민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았다. 국회의원이 동네북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엔 말 그대로 「왕따」로까지 전락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일보 송년인터뷰를 보면 새해에도 이런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우선 국민회의 조세형총재대행은 『정권이 바뀐 줄 모르고 아직도 여당인줄 아는 한나라당의 전략부재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박태준총재는 한술 더떠 『외환위기를 벗어나려고 목에 피가나도록 뛰는데 총리인준을 6개월씩 끈 한나라당은 도대체 무엇때문에 사느냐』고 얘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숨쉴 틈도 주지 않고 오로지 야당을 토멸하겠다는 식으로 삭막한 정치를 하는 여당을 상대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세 사람은 한결같이 『언론이 분명하게 잘잘못을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언론이 문제였던 모양이니 미안함을 표시하는 뜻에서 덕담이나 해야겠다. 『병인 한해를 보내고 기묘년을 맞는 의원님들, 새해엔 토끼의 협량함을 버리고 영민함을 배워서 말그대로 선량의 선량함을 보여줍시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라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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