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76)가 95년에 발표한 최신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해냄 발행)가 출간됐다. 「수도원의 비망록」「예수의 제2복음」에 이어 번역된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사라마구는 이 소설에서 인간 본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만약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면」이라는 가상에서 그는 출발한다. 도시 전체에 실명(失明)이라는 전염병이 번진다. 실명은 사라마구에게는 곧 인간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전염을 막기 위해 강제수용조치를 내린 정치인, 수용소에 격리되고서도 각자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인간들, 이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군인들의 폭력, 창궐하는 폭도들….
사라마구가 그리는 이 현실은 「인간의 야만적인 폭력에 관한 교과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생생하다. 주인공의 이름도 없고, 대화나 인용문이 문장부호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채 마치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서술로 일관하는 그의 문체는 이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작품으로 그는 조지 오웰의 「1984」나 카프카의 「심판」, 카뮈의 「페스트」에 비견된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어두운 현실에서도 사라마구가 갈망하는 것은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이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보여주는 휴머니즘은 따뜻한 인간사회를 위한 연대의 희망인 것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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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추진과정에서 심각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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