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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이야기] 겨울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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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이야기] 겨울소나무

입력
1998.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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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이지신이라 하던가. 역시 우리네 선현들의 자연관은 알아줘야 한다. 그들은 한겨울의 정취를 한 마디로 청송백설이라 하였다. 눈이 내렸으면 영하의 기온이라 온통 얼어 터지는 판에 어찌하여 소나무 너만은 늦푸름인 만취를 즐기고 있단 말인가.실은 소나무도 죽을 맛이다. 다행히 가을에 세포 속에 당성분인 슈크로스, 아미노산인 베타아딘이나 프로린같은 「부동액」을 듬뿍 넣어뒀기에 망정이지그렇지 않았다면 세포는 벌써 얼어터졌을 것이다. 물이 들어있지 않은 세포는 없는 것이라 소나무 세포 안에도 얼음결정이 생긴다. 하지만 당이나 아미노산이 고농도로 들어있어 얼음결정은 아주 작아 세포가 부풀어 터지지 않는다.

그런데 소나무도 잎 줄기의 세포막 사이에는 결빙이 돼 아침의 소나무 잎은 바늘같이 빳빳이 굳어진다. 그런데 이 얼음덩어리가 세포막 안의 물을 빨아내니 더더욱 물질의 농도가 짙어지고, 때문에 세포는 얼지 않는다. 옛날에 비해서 한강이 잘 얼지 않는 것은 물에 잡다한 유기물의 농도가 높다는 증거이다. 겨울이 되면 사람도 피하지방이 두꺼워지고 배추나 무도 당을 많이 저장해 단 맛이 더한데 모두가 추위를 이기기 위한 생리적 적응이다. 이런 준비과정을 영어로는 「Hardening」이라 하는데 우리말로는 「내한성 강화」정도가 어떨지 모르겠다. 權伍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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