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때문에……』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재벌에 흔들리는 바람에 정부가 애를 먹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2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재벌이 정부의 제재 등을 피하기위해 유력 전문가를 동원하고 있으나 전문가들 상당수는 소위 「VIP」고객인 재벌을 의식해 정부의 요청에는 소극적으로 대응, 정부가 난처한 입장에 빠지곤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초 5대 그룹과 일전(一戰)을 벌일 변호사를 구하느라 진땀을 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의 사건은 5대 그룹이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에 불복, 서울고법에 제기한 행정소송. 5대 그룹은 일찌감치 공정위 고문변호사나 비상임위원을 지낸, 이 분야 베테랑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반면 공정위는 첫 재판 직전까지 사건을 맡아 줄 변호사를 찾지 못했다. 이는 공정위가 지불할 수 있는 보수(수임료)가 턱없이 낮기도 했지만 공정위 편을 들게 되면 해당 재벌로부터 다른 사건의 수임을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당시 공정위쪽으로 사건을 맡은 경험이 있고, 실력있는 변호사들이 모인 한 법무법인의 경우 사건을 맡겠다고 했다가 계약직전 철회했다. 이와관련, 공정위 고위당국자는 『재벌의 부탁을 받은 일부 변호사들이 공정위 사건수임을 반대했기 때문으로 안다』면서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결국 법무법인을 포기하고, 고법부장판사출신의 개인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이는 공정위의 권한이 막강한 것처럼 비춰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재벌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정부 당국자는 또 『재벌의 영향력은 회계사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몇몇 회계법인들이 대기업의 회계조작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 이같은 감사부실에는 해당 회계법인의 감사잘못보다는 피감 회사들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재벌의 부당한 행위를 견제하기위한 장치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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