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상임위원회를 운영하는 까닭은 특정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륜이 있는 국회의원을 관련 상임위에 배치해 각종 의안과 법률안을 보다 전문적으로 심의하게 함으로써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국회운영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의회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활용하고 있는 제도이다.그러므로 각 상임위가 소속의원의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는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보건복지위에 속한 의사와 약사출신 의원들이 특정 전문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들의 상임위 배속을 문제삼아 헌법소원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회의원이 자기가 속한 특정 직업군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으며 결코 용납되어서도 안된다.
국회의원의 전문지식은 문자 그대로 전문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복지위원회에 속한 의원의 전문지식도 당연히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활용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국회가 전문지식을 가진 국회의원의 의견을 활용하지 않거나 외면할 경우, 자칫하면 행정부의 일방적 의견에 따라 각종 의안이나 법률안이 처리될 소지가 있다. 이에 더나아가 국회로 하여금 정권의 하수인이 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교육에 경륜이 있는 국회의원이 교육위원회에, 외교분야에 대해 잘 아는 국회의원이 통일외무위원회에, 법조인 출신이 법사위원회에 배치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의사나 약사출신 국회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의료와 건강문제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고 있으며 보건의료정책의 장단점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 출신의 국회의원이 얼토당토않은 상임위에 배정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불행이다. 보건의료 관계법령의 개정이나 보건의료 정책문제에 대해 이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위해서도 장려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국회의원을 전혀 관련이 없는 상임위에 배정한다면 상임위는 사실상 제 구실을 할 수 없으며 그 기능의 상당부분이 마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비전문가들에 의해 수박겉핥기식으로 상임위를 운영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혼란을 상상이라도 해 보았는가.
그리고 국회의원의 전문성을 상임위에서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그 국회의원이 가진 전문지식을 사장시키는 어리석은 일이다.
국회의원을 과거의 직업과 관련있는 상임위에 배속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아무런 직업이 없는 사람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발상일뿐 아니라 자칫하면 국회무용론으로까지 비약될 소지가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진실로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각자의 전문지식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국회의 생산성과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회의원의 전문지식 활용은 더욱 권장되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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