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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용평가기관/배정근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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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용평가기관/배정근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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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IMF체제를 부른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는 신용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기아사태등으로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같은 이름도 생소했던 국제적 신용평가 기관이 우리 경제의 목줄을 쥐기 시작했다. 이들이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으로 격하하면서 외국자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이제 다시 이들이 신용등급을 올린다고 하자 증시가 활황으로 치닫고 있다.■이들 국제신용평가 기관이 과연 한 국가의 운명을 쥐락펼락할 만큼 평가에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느냐는 반론도 거세다. 지난해 무디스로부터 「부정적」이란 등급하락을 당해 엔화대탈출 사태를 겪었던 일본은 최대채무국인 미국의 일개 기관이 어떻게 세계 최대채권국을 멋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본 국회는 청문회까지 열어 무디스를 소환하려고 했지만 무디스가 응하지 않는 바람에 제대로 분풀이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정당성 시비를 떠나 국내에도 무디스처럼 제대로 된 평가기관이 있어서 위기에 대한 사전경보를 울려주었더라면 IMF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최근 국내 3개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한국신용평가가 대우 동양 현대등 29개 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하향검토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은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제 국내 평가기관들도 기업신용에 대한 워치 독(Watch Dog)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무디스와 합작관계를 맺은 한신평은 선진 평가기법을 전수받아 앞으로 국내 모든 대기업의 신용평가를 재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용사회로 가려면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신용평가 기관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보증이나 담보에 의존하는 우리의 후진적 금융관행을 혁신하는 일도 신용평가기관에 달렸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제도적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반갑고 기대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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